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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대학 입시제도, 왜 이렇게 복잡한가?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네오 르네상스ㆍ알바트로스ㆍ옵티머스, 이 세가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프리즘인재’와 ‘다빈치인재’의 차이점은?

그리스 고전 설화에 등장하는 신(神)의 이름일 법 하지만 이들의 정체는 현재 대학교에서 진행 중인 수시 또는 입학사정관 전형 명칭이다. 네오 르네상스는 경희대 입학사정관 전형, 알바트로스는 서강대 외국어 우수 인재 수시 전형, 그리고 옵티머스는 명지대 입학사정관 전형의 한 종류다. 프리즘인재와 다빈치인재도 마찬가지다. 프리즘인재는 충남대, 다빈치인재는 중앙대의 입학사정관전형 명칭이다.

이름부터 어렵고 내용은 더 복잡하다.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은 시쳇말로 ‘멘붕’에 휩싸이는 이유다. 실제로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 5월 전국 고3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험생과 학부모는 10명 중 8명이, 교사는 10명 중 9명 이상이 ‘복잡하다’고 응답했다.

이런 상황은 거의 매년 되풀이된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겠지만 ‘정부의 수능 개편안 발표→학생ㆍ학부모 반발→정부의 대입 제도 간소화 방안 발표’의 사이클이 반복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매년 간소화를 외치고 개선책을 내놓는데도 수험생들이 느끼는 대입제도의 복잡함은 여전히 그대로란 이야기다.

일단 대입제도가 과거에 비해 다양해진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들이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한 결과다. 취지는 흠잡을 데가 없다. 다양함이 복잡함으로 변모한 원인은 정부의 애매한 규제와 이를 피하려는 대학의 ‘꼼수’가 더해져서다. ‘논술은 보지마라’ ‘수능 최저기준을 낮춰라’ ‘학생부 반영 하지마라’는 등의 정부의 규제가 점차 많아지니 대학은 이를 피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물론 정부의 규제는 필요하다. 사교육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도 그렇다. 핵심은 정부의 규제가 자주 바뀐다는 점과 대학들의 꼼수를 차단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1994년학년도부터 시작된 수능은 시행 시기, 표준점수 도입, 등급제 시행, 제2외국어 추가, 선택형 수능 도입 등 20년 동안 수차례 변화했다. 올 해는 새 정부 집권으로 예년보다 더 변화가 많았다. 올 해 처음 시행되는 수준별 수능 A/B형은 시험을 치르기도 전에 폐지 결정이 났다. 문ㆍ이과 융합안이 이슈로 떠올랐지만 부담을 느낀 정부는 당초 2017학년도 도입에서 2021학년도로 잠정 연기했다.

서울의 한 고교 진학교사는 “이번 대입 제도 간소화 방안을 통해 올 해 처음 도입된 선택형 수능이 내년부터는 폐지 일로를 걷게 된다. 불과 1년 만이다. 피부로 느껴지는 대입제도가 수천개에 달한다는 학생들의 하소연은 괜한 말이 아니다. 순식간에 변하는 경우가 많아 진학교사들도 그 때 그때 준비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애매한 규제도 마찬가지다. 사교육업체와 공교육 강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도 이 부분에선 한 목소리를 낸다. “규제를 강화해 제대로 지켜지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면 이번 간소화방안에는 수능 최저기준을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의예과 등 일부 최상위권 학과의 경우는 예외로 규정됐다. 우선선발을 제한했지만 단계별 전형의 경우는 가능하도록 했다. ‘예외 조항’이 복잡함을 부추기는 꼴이다. “(규제를)하자는 것도 아니고 안하자는 것도 아닌 꼴”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혼란 속에서 사교육만 웃고 있다. 불안해진 수험생과 학부모가 결국 사교육에 손을 뻗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해 새 정부가 집권하면서 교육제도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자 사교육업체 설명회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 사교육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대입제도를 많이 바꿔주니 학부모들이 헷갈릴 수 밖에 없다. 사교육업체들은 발빠르게 새 제도를 분석하고 가이드를 내놓는다. 그러면 당연히 사교육에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결책을 두고 시민단체와 사교육업체 간에 온도 차가 존재한다.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등 시민단체는 “사교육을 부추기는 논술, 면접 등의 전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교육을 억제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강력히 대학을 규제하라는 이야기다.

사교육업체는 대입 자율화를 주장한다. 규제가 발전하면 꼼수도 늘어나는데 제대로 규제하지 못할 바에는 아예 자율화시켜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 한 입시업체 평가이사는 “(대학이) 우수한 아이들을 뽑는 방법은 뻔하다. 풀어주면 한 곳으로 수렴될 것이고 지속성을 갖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자율화가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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