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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대학수학능력시험 20년…울고 웃는 대한민국
[헤럴드경제 = 박영훈ㆍ서상범 기자]“꼭 합격하길ㆍㆍㆍ”

고지넉한 산사에 울려 퍼지는 목탁소리에 맞춰 한 배 한 배 부처님 앞에 엎드리고 또 엎드린다. 정성스레 모은 두 손에는 자녀가 실수없이 시험을 잘 치르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가득 담겨있다. 수험표에 붙은 아이의 사진을 보며, 합격을 기원하는 부모의 애타는 마음에 절로 숙연해 진다.

매년 이맘때면 사찰에서 흔히 볼수 있는 대한민국의 진풍경이다. 전국의 수십만 학생들은 초 긴장상태에 돌입하고, 부모들은 수도승의 마음으로 1년 내내 기도를 하며 살아간다. 영험하다는 산사(山寺) 등에는 자녀의 합격을 비는 부모들로 빈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

11월이면 대한민국이 온통 수능으로 들썩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화점의 찹쌀떡과 초콜릿 매장에는 수험생들의 합격을 기원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시험 당일 관공서와 기업체의 출근시간은 1시간씩 늦춰지고, 전철과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은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가는 시간대에 집중 배치된다.

수능은 학생 뿐아니라 자녀를 둔 대한민국 모든 학부모들의 일생일대 목표가 됐다. 수능을 잘 친 학생은 언론에 오르내리고, 기대보다 못 친 학생들은 잘못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통계청의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13~19세)의 자살 원인의 1순위가 성적 및 진학 문제(39.2%)일 정도로 학생들은 11월의 하루에 인생을 걸다시피한다.

대한민국을 이처럼 웃고 울게 만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1993년 8월 20일 처음 실시된 이후 올해로 딱 20년이 됐다. 당시 학력고사에 익숙해져 있던 수험생들에게 수능은 ‘외계인 시험’과도 같았다. 암기 실력만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 다양한 독서와 체험, 논리력과 추론 능력이 바탕을 이뤄야만 풀 수 있는 문제들로 꾸며졌다. 그리고 20년동안 무려 17번이나 제도가 바뀌었다.

큰 틀에서 보면 수능 시험은 1994학년 수능부터 2004학년 수능까지는 통합형 수능, 2005학년도부터 2013학년도 수능까지는 선택형 수능으로 실시됐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의 경우에 한해 A, B형의 수준별 수능으로 실시된다. 수능은 2005학년도부터 시험에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 기존에는 수능 시험에 응시하면 누구나 언어, 수리, 탐구(사회탐구ㆍ과학탐구), 외국어 영역 4개 영역을 필수적으로 응시해야 했지만, 2005학년도 수능부터는 수험생들에게 영역별로 자신이 원하는 영역을 선택해 응시할 수 있게 했다.

사교육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면서, 수능 출제 방식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2011학년도 수능부터는 영역별로 EBS 방송 교재 70% 이상 연계 정책이 시행됐고,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다. 2012~2013 학년도 수능까지는 난이도 상으로 영역별 만점자 1%를 목표로 평이한 문제 출제를 목표로 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어ㆍ영어ㆍ수학 수준별 AㆍB시험 폐기, 한국사 필수 과목 등 큰 폭의 대입제도 개편안이 또다시 발표했다. 조변석개(朝變夕改)식으로 바뀌는 수능 때문에 학교현장의 혼란은 가중됐고, 수능 하나에 목숨을 걸다시피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교육 시장을 쫓아다녀야만 했다.

대학이 성공의 척도가 되는 한국사회에서 한 번의 시험으로 대학을 결정짓는 이같은 수능 제도에 대해서 수많은 비판이 제기돼 왔다. 외신에서는 우리의 수능시험을 보며 ‘단 한번의 시험으로 학생들의 인생이 결정되는 이상한 나라’라는 평가를 내렸고, 스티브잡스나 빌 게이츠도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으면 수능시험에 목메는 이공계생에 지나지않았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선발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역대 정부의 최대 화두중 하나였다. 하지만 아직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수시 수능 최저등급폐지를 비롯해 수능시험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매년 반복되는 수능 전쟁을 벗어날 길은 없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한 번의 시험으로 대입을 결정하는 현행 수능제도하에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목을 메고, 1점이라도 좋은 점수를 받기위해 사교육에 목숨을 거는 현상이 반복될수 밖에는 없다”면서 “이를 한 번에 바꾸거나 개선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히 수능을 칠수 있는 방식이 적용된다면 지금의 무한경쟁은 줄여나갈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서 어렵지 않게 나타나는 창조경제가 우리 사회에 나타나지 못하는 것도 한국의 교육현실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창의적인 인간형성이 아닌 수능 성취도만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수능 성적 하나에 웃고 우는 우리의 현실속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와 같은 ‘창조경제’ 사례가 과연 나올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지 않았는가.

박영훈ㆍ서상범 기자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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