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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난이도 변화로 본 수능 20년 “불수능과 물수능의 반복”
[헤럴드경제 = 박영훈 기자]“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만화영화 캔디, 한국노랫말).“주근깨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아. 납작코이긴 하지만 마음에 들고”(캔디, 일본노랫말).

2005학년도 선택형 수능을 치른 첫 해, 1교시 언어 영역의 듣기 문제로 출제된 캔디 노랫말이다. 같은 곡의 노랫말인데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원곡의 캔디는 당당하고 발랄한 말괄량이다. 그런데 우리말로 된 노랫말에서는 느닷없이 슬퍼도 울지 않고 참아 내는 성숙한 소녀가 됐다. 우리가 어릴 때 즐겨 부르던 마징가 제트와 같은 만화 영화 주제가들은 상당수가 일본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 만화가 우리나라에 수입될 때는 약간 변형돼 들어오는데, 그 변화를 통해 당시 두 나라의 사회적 분위기를 묻는 문제였다. 당시에는 만화 영화 주제가가 대입 시험에 출제된 자체가 화제였고, 암기에만 익숙한 수험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수능 난이도는 일정하게 출제돼야 수험생들이 예측 가능한 범주에서 준비할 수가 있다. 하지만 수능 20년간의 역사를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특히 올해와 같이 수준별 수능을 치르는 경우에는 난이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4학년도 수능(1993년 시험실시)부터 2013학년도 수능까지 수능 영역별 난이도는 해마다 널뛰기 식으로 어려운 수능(불수능)과 쉬운 수능(물수능)을 반복하여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수능 시행 첫해인 1993년에는 한 해에 두번 시험이 치뤄졌다. 두 번의 시험기회를 줘, 한 번의 실수로 대학진학을 포기하는 수험생이 없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 하지만 취지를 살리지는 못했다. 그해 1차 수능은 상대적으로 평이한 수준의 문제가 출제(4개 영역 기준 전체 응시자 평균 49.2점, 100점 환산)된 반면 2차 수능은 어렵게 출제(평균 44.5점)돼 두 번째 시험에서 1차 수능보다 고득점을 기대했던 많은 수험생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난이도 조정에 실패한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다음 해인 1994년 시험(1995학년도 수능)부터는 다시 일년에 한 번 수능을 치렀던 이전 제도로 돌아갔다.

수능 시행 초기에는 사고력 중심의 출제를 강조해 대체로 어렵게 출제됐다. 특히 잠시 부활된 본고사 폐지와 함께 수능 400점 배점으로 실시된 2007학년도 수능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 언어ㆍ수리ㆍ외국어 전체 평균 점수가 42.1점(100점 환산)으로 가장 낮았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1998학년도 수능부터는 수능을 쉽게 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그 영향으로 전년보다 언어ㆍ수리ㆍ외국어 평균 점수가 10점 이상 대폭 상승한 52.9점(100점 환산)을 나타냈다. 이후 쉬운 수능이 경쟁하듯 나타났다. 때문에 수능 평균 점수는 1999학년도 57.3점, 2000학년도 58.0점, 2001학년도 66.6점으로 계속 올라 ‘물수능‘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2001학년도 수능 만점자(4개 영역 400점 만점)는 66명(인문계 24명, 자연계 42명)에 달했고, 전체 평균 성적 277.2점(400점 만점, 100점 만점으로는 69.3점)으로 전년도보다 27.6점 대폭 상승했다. 특히 상위 50% 집단의 계열별 성적을 보면 인문계 338.4점, 자연계 356.0점으로 전년도 인문계 308.6점, 자연계 328.3점보다 30점 정도 대폭 상승했다.

그런데 2002학년도 수능은 다시 어렵게 출제돼 영역별 평균 점수가 인문계 기준으로 52.4점(전년도 69.3점)으로 평균 17점 가량 점수가 내려가 수험생들은 다시 뜨거운 불수능에 울어야 했다. 특히 2002학년도 수능 언어ㆍ수학ㆍ외국어 평균 점수는 47.0점으로 전년 대비 평균 19.6점이나 하락했다. 사실상 대폭락 수준이었다.

선택형 수능으로 실시된 2005학년도 수능부터는 영역별 난이도가 중요하게 되었는데, 2005학년도 수능과 2006학년도 수능은 1교시 언어 영역은 평이하게 나온 반면에 2교시 수리 영역은 어렵게 출제되어 교시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2006학년도 언어 영역은 상당히 쉽게 출제되어 98점이 1등급(상위 4%) 컷트라인이 되는 물수능을 보여주었다.

언어 물수능은 2013 수능 때도 재현돼 만점자 2.36%, 1등급 컷트라인 98점을 나타냈다. 수리 영역은 2008학년도 수능 등급제 때 수리가형(자연계)이 쉽게 출제되어 1등급은 사실상 만점을 받아야만 했다. 외국어 영역은 2012학년도 수능 때 쉽게 출제되어 당시 영역별 만점자 1%를 훨씬 초과한 2.67%, 1등급 컷트라인은 97점이었다.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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