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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인중개사의 절규…“비싼 전세 받아줍니다!”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1. 510여가구 규모인 서울 성북구 정릉동 A아파트의 전용면적 59㎡의 전셋값은 이달 초 2억원을 찍었다. 두 달 새 2000만~3000만원 올랐다. 이 단지 매매 대비 전세물건이 10% 미만일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었기 때문이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A아파트 전세를 취급하는 공인중개업소 두 곳이 매물을 두고 계약 경쟁을 벌이면서 전셋값이 올라간 것이다.

더 높은 전셋값을 쳐주는 중개업자를 마다할 집주인은 없다. 8월까지 1억7000만원대에 나오던 A아파트 전용면적 59㎡ 전세 호가는 이제 2억원이 됐다. 정릉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매물건은 남아도는데, 한 달에 한 건 나오기도 힘든 전세를 계약하려고 중개업자끼리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8.28 전월세 대책 발표 두 달을 넘겼지만 전세 품귀현상의 지속으로 씨 마른 물량을 잡으려는 현장의 매물 확보전은 날이 갈수록 치열하다. 시세도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매맷값이 내려도 전세 대기수요는 거꾸로 늘어만 간다. 매맷값이 오른 지역도 전셋값이 덩달아 올라 이번대책의 주 목적으로 꼽힌 ‘전세→매매수요 전환’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A아파트처럼 매매시세 대비 평균전세가율이 90%를 넘는 서울 일부 아파트ㆍ주상복합 단지의 경우 중개업자간 매물 확보전은 점입가경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초구 서초동 주상복합아파트 B단지는 전용면적 30㎡의 전세가율이 90.2%에 달했다. 이 단지 전세 호가는 8.28 대책 이후 평균 5000만원이 뛰었다. 인근 공인중개사간 매물 확보전이 불붙으면서 호가가 치솟은 셈이다.

아파트 인근에 영업중인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일부 중개사들은 더 좋은가격에 계약해 주겠다며 집주인의 (전세)호가를 10%이상 올려놓기도 한다”며 “물량확보 차원에서 중개수수료를 기본요율의 절반만 받겠다는 중개업자도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여주는 중개업자를 골라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전세 시세는 계속 뜀박질이다. 김동국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초1동 분회장은 “매맷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인식이 여전한 가운데, 서초동 일부 아파트는 전세가율이 내년 초 100%를 넘어 매매보다 전세가 비싼 단지도 생겨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실제 8.28 대책 이후 두 달 간 서울의 전셋값 상승폭은 매맷값의 20배 수준이다. 2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8월 23일대비 서울 전셋값은 2.94%(25일 기준)올라 매매가격 상승폭(0.15%)의 19.7배에 달한다.

매맷값이 떨어져도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한 수요자들은 환금성이 확보된 전세를 고집하며 대기수요만 쌓이고 있다. 품귀현상으로 과열된 ‘전세 매물 확보전’의 또 다른 이유다. 두 달 간 공급면적 142㎡의 시세가 5500만원 가량 빠진 종로구 무악동 C단지 인근 김 모 공인중개사는 “매수심리 회복이 지체되면서 해당 면적 매매물건은 9월 이후 5건이나 되지만, 전세 매매물은 두 달간 제로”라며 “10월 들어 몰린 대기수요자만 1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지난 두 달간 지표상 가격이 플러스로 돌아서며 매매 거래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줬지만 급매위주 저가시장만 형성됐고 전셋값은 지나치게 올랐다”며 “매맷값이 오른 단지라도 전세금이 같이 뛴 곳들이 많아 전세에서 매매로 옮아간 이번 대책 ‘수혜층’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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