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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임금 줄어들더라도 여가시간 늘어난다면 쉬고 싶다” 71.1%
잡코리아, 남녀 직장인 461명 웹 · 모바일 설문
직장인 대부분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근로시간 단축 위한 임금삭감 긍정적

“임금삭감 10%까지는 수용” 67.4%
“주당 40시간 이하 적당” 44.5%




#1. 국내 한 대기업 계열 중공업사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는 한모(28) 씨. 그는 요즘 이직을 고민 중이다. 갓 입사 1년차 딱지를 뗀 그가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업무 스트레스’ 때문.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야근과 초과근무에 지친 그는 이제 ‘삶의 여유’를 찾기로 했다.

한 씨는 “인턴 생활부터 유학까지 치열한 ‘스펙 쌓기’ 끝에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버스가 끊기는 시간까지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다 보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지 서글퍼질 때가 많다”며 “하루하루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에 돈을 덜 받더라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 홍보회사에서 AE로 근무 중인 최모(30ㆍ여) 씨는 지난달 고민 끝에 심리치료사를 찾았다. 그동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던 속내를 심리치료사에게 상담하며 그녀가 받은 진단명은 스트레스로 인한 가벼운 우울증. 종종 퇴근 후에나 휴일에까지도 남은 업무를 집으로 가져가야만 했던 그녀는 떨칠 수 없는 압박감에 불면증까지 얻었다. 최 씨는 “회사에서 퇴근한 이후에도 ‘언제 언제까지 반드시 업무를 마쳐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다 보니 취미생활은 고사하고 맘 편히 TV조차 볼 수가 없었다”며 “늘 이유 없이 짜증이 나고 의욕이 없어 상담을 해봤더니 그런 결과가 나왔다. 이제는 일을 줄이고 쉬고 싶다”고 말했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쉼’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하물며 기계도 하루에 몇 시간씩은 충전이 필요한 마당에, ‘생명체’인 인간에게 휴식은 필수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현대의 직장인들은 과중한 업무와 긴 근무시간에 시달리며 마치 ‘충전기에 연결된 스마트폰’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충전기에 연결돼서도 온전히 쉬지 못하고 온종일 게임이며 웹브라우저를 실행해야 하는 스마트폰처럼, 일이 곧 삶까지 연장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말한다. “돈보다 휴식을 달라”고.

헤럴드경제는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함께 직장인 461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임금이 줄어드는 대신 여가시간이 늘어난다면 쉬고 싶은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조사대상의 71.1%가 ‘그렇다’고 응답한 것.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8.9%에 불과했다.

임금삭감과 함께(임금보전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도 65.7%의 직장인이 ‘찬성한다’고 답한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은 34.3%뿐이었다. 직장인 10명 중 약 7명이 돈보다 삶의 여유를 중시하고 있는 동시에, 임금삭감을 전제로 한 근로시간 단축에도 찬성표를 던지고 나선 것이다.

이런 결과는 강한 업무강도와 긴 업무시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루 동안 일할 때 평균 어느 정도의 노동강도를 느끼는가(최대한 일했을 때를 100으로 보았을 때)’라는 질문에 54%가 80 이상의 노동강도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80 이하의 노동강도를 느낀다(24.7%)’ ‘90 이하의 노동강도를 느낀다(16.9%)’ ‘100의 노동강도를 느낀다(12.4%)’ 순이었다.

‘70 이하의 노동강도를 느낀다’는 직장인은 21.9%로 집계됐고, ‘60 이하’는 15.8%, ‘50 이하’는 8.2%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임금이 줄더라도 여가시간을 늘리고 싶다’고 응답한 328명에게 어느 정도까지 임금을 삭감할 수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대다수 직장인은 임금의 10% 삭감은 용인할 수 있는(67.4%)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의 20%까지 삭감할 수 있다’는 응답은 26.8%였으며, 그 뒤를 ‘임금의 30% 삭감(4.0%)’ ‘임금의 40% 삭감(0.3%)’이 이었다. ‘여가를 위해서는 임금의 50%까지 삭감할 수 있다(1.5%)’고 답한 응답자도 있었다.

적정 주당 노동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묻는 질문에는 44.5%가 ‘40시간 이하’라고 응답했다. ‘35시간 이하(30.4%)’ ‘45시간 이하(13.9%)’가 그 뒤를 이었으며 ‘30시간가량’이라는 응답은 11.3%에 그쳤다. 현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주당 노동시간이 32.8시간인 것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긴 노동시간에 익숙해져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근로시간이 줄고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여행 등 개인적인 여가활동(46%)’을 할 계획인 것으로 분석됐다. 가족, 연인, 친구와 시간을 보내겠다는 응답이 31%로 2위를 차지했으며, 자기계발(13.9%)이나 인생 2모작 준비(8.2%)에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응답은 모두 합해 22.1%였다.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여가시간을 이용하기보다는 순수한 ‘휴식’이나 ‘인간관계를 위한 시간’을 원하는 직장인이 대다수인 것.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직장인은 남성이 55.3%로 여성(44.7%)보다 조금 많았고, 연령대는 30대(58.8%), 20대(22.1%), 40대(19.1%)로 구성됐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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