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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무결한 열쇠·암호’ 바이오인식 시장
지문·홍채 넘어 이젠 얼굴인식까지 가능
몸 자체가 열쇠인 세상, 그 진화의 끝은…


# 직장인 A 씨가 회사로 출근해 가정 먼저 하는 일은 출입문에 장착된 카메라에 얼굴을 비추는 것이다. 작은 신용카드 단말기처럼 생긴 이 얼굴인식장치는 회사 직원의 얼굴이 저장된 시스템과 연결돼 있어 별다른 조작이 없이도 허용된 사람에게만 문을 열어준다. 만일 직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사람이 출입을 시도하면 자동으로 보안업체에 경보가 전달된다. 어떤 직원이 어떤 사무실에 출입했는지 기록이 남는 것은 물론 출근시간도 체크된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A 씨는 이제 컴퓨터의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웹캠에 눈동자를 가져다 댄다. 홍채를 인식해 컴퓨터의 주인을 확인하는 보안을 해제하는 시스템이다. 이윽고 한숨을 돌린 A 씨는 지문인식으로 스마트폰을 켜고 웹브라우저를 훑어본다.

가상으로 꾸며본 ‘생체정보(바이오) 보안시스템’이 보편화한 세상의 모습이다. 혹자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생체인식을 통한 보안시스템은 이미 우리의 생활에 바짝 다가와 있다. 쇳조각을 깎아 만든 ‘열쇠’의 시대를 지나 카드키, 비밀번호 입력 시스템으로 진화를 거듭해온 보안시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찾았다. 분실이나 해킹의 위험이 상존하는 기존의 보안기술을 뛰어넘어, 훔치려야 훔칠 수 없는 고유의 개인정보를 ‘완전무결한 열쇠이자 암호’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바이오 인식 시장 규모는 2011년 54억달러를 기록한 후 연평균 20%가량 성장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인식 시장 규모는 2015년까지 35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모바일기기 생체정보인식 시장 규모 역시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문인식 기술이 스마트폰에 본격적으로 탑재되기 시작한 올해를 기점으로 모바일 바이오인식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코드리서치는 관련 시장이 2012년 3억달러에서 2015년 6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우리는 우리 몸 자체가 열쇠가 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얼굴로 문을 열다=그 중에서도 가장 격렬하게 꿈틀거리고 있는 바이오인식 시장은 ‘얼굴인식’ 시스템 시장이다. 지난 4월 보안기업 에스원은 얼굴인식을 통해 출입통제를 할 수 있는 ‘페이스체크S’를 민간시장에 출시했다. 페이스체크S는 얼굴인식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출입통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PC 기반의 얼굴인식 모니터링 솔루션이다. 이 시스템은 2010년 G20 정상회의,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등 국제행사에 사용됐지만, 그간 상용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얼굴인식의 정밀도를 높이고 확인시간을 단축하는 기술을 연구한 끝에 일상생활에까지 적용이 가능한 보안기술로 진화했다는 것이 에스원 측의 설명이다. 그 결과 페이스체크S는 최대 3만명까지 등록이 가능하고 1초 이내에 얼굴을 인증할 수 있게 됐다. 또 카메라별로 다양한 장소에 맞는 인증모드를 선택할 수 있어 정확한 얼굴 검출이 가능하며 사용자를 일반, VIP, 임시, 출입금지 항목으로 나누어 관리할 수도 있다.

에스원에 이어 KT텔레캅 역시 지난달 얼굴인식 출입관리 시스템 ‘페이스캅(Facecop)’을 내놓으며 얼굴인식 보안시장은 치열한 경쟁체제로 가는 모양새다.

KT텔레캅 관계자는 “페이스캅은 얼굴을 약 3000개의 셀로 구분하고 개인별 고유의 얼굴 특징을 입체적으로 분석, 저장해 보다 정확한 인식이 가능하다”며 “최초 인식 후 변화되는 얼굴값을 자동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안경착용이나 노화로 인한 얼굴 변화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KT텔레캅이 출시한 얼굴인식 출입관리 시스템 ‘페이스캅’ 시연 장면(위). 에스원의 얼굴인식ㆍ지문인식 리더
기의 제품 사진 및 페이스체크S 시연 장면(아래).

채종진 KT텔레캅 대표는 “매년 20% 이상씩 성장하는 국내 생체인식 보안시장에서 아직도 지문인식 시스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지문인식 시스템과 같은 접촉 인증에서 탈피해 빠르고 안전한 비접촉식 얼굴인식 상품을 적극 보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바일 ‘지문’에 빠지다=모바일업계에서는 ‘지문인식’ 시스템이 단연 화두다.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사업자 애플이 신작 아이폰5S에 지문인식을 채택하면서 확산에 탄력이 붙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지문인식 기능이 아이패드에어 등 태블릿에까지 적용될 경우 모바일 시장의 지문인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전망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다른 스마트폰 생산업체도 속속 지문인식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만의 스마트폰 기업 HTC는 최근 공개한 ‘HTC 원 맥스’에 지문인식 기능을 도입했다. 후면카메라 아래 센서를 부착해 지문 스캔을 통해 스크린을 열거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다.

세계 최초 지문인식을 선보인 팬택은 이를 모바일 결제로까지 확장했다. 베가 시크릿노트 사용자는 지금까지 모바일 결제 시 비밀번호를 입력했던 것과 달리 지문인식만으로도 사용자 인증을 통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결제업체 다날의 애플리케이션 ‘바통(BarTong)’을 실행해 베가 시크릿노트에 등록된 지문을 스캔하면 일회용 바코드가 생성되는데, 이 바코드를 리더기에 읽히면 결제가 완료되는 식이다. 그동안 모바일 시장의 ‘대세’였던 ‘밀어서 잠금해제’라는 문구가 필요없게 된 것이다.

▶관련 액세서리 시장도 들썩=한편 바이오인식 시장이 점차 성장해감에 따라 관련 액세서리 시장도 함께 요동치고 있다. 얼굴인식이나 지문, 홍채인식 등 바이오인식 기술이 각광받고 있지만, 관련 장비가 아직 부착되지 않은 기기가 많다는 것에 착안해 별도로 설치할 수 있는 ‘바이오인식 액세서리’를 생산 판매하는 것이다.

홍채인식 솔루션을 개발하는 아이락월드는 최근 홍채인식 원천기술을 응용한 홍채인식 보안장치를 출시했다. 이 회사가 내놓은 홍채무선USB 보안장치는 USB메모리 장치에 홍채를 이용한 보안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사용자가 USB메모리의 내용을 열람하고자 할 경우 홍채인증을 통해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홍채무선USB를 노트북, 데스크톱에 꽂으면 PC 보안도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보안시장을 주도했던 CCTV나 카드키, 비밀번호 출입통제 시장이 최소 수천억원대에서 많게는 1조원대까지 성장한 만큼 활용범위가 더욱 넓은 바이오인식 시장은 그보다 더욱 큰 규모로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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