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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 박영서> ‘찰리우드’ 왕젠린 다롄완다 회장의 꿈
중국 영화와 배우, 그리고 중국의 영화 소비자들이 할리우드에 눌려 지내는 현실을 개탄해왔던 왕젠린 회장은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영화도시를 중국에 창조하고 싶었다. 이제 꿈의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지난달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캐서린 제타존스, 니콜 키드먼, 존 트라볼타, 이완 맥그리거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모두 모였다. 뿐만 아니라 CAA, WME, UTA, ICM 등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할리우드의 4대 연예에이전시 고위 관계자들까지 총출동했다.

여간 해선 ‘모시기 힘든’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사람은 중국 최고갑부인 왕젠린(王健林) 다롄완다(大連萬達)그룹 회장이다. 왕 회장은 할리우드식 영화도시 ‘칭다오 동방 영화도시(靑島東方影都)’ 착공식에 이들을 초청해 위세를 한껏 과시했다.

‘찰리우드(차이나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라고 불리는 ‘동방 영화도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스튜디오다. 376만㎡(약 114만평)의 부지에 세계 최초의 수중스튜디오, 테마파크, 리조트호텔, 컨벤션센터, 국제병원 등이 들어선다.

300억∼500억위안(약 5조5200억~8조7000억원)을 투자해 2016년 6월부터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개장될 예정이다.

‘찰리우드’는 왕 회장의 꿈이다. 중국 영화와 배우, 그리고 중국의 영화 소비자들이 할리우드에 눌려 지내는 현실을 개탄해왔던 그는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영화도시를 중국에 창조하고 싶었다. 이제 꿈의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54년 쓰촨(四川)성에서 태어난 왕 회장은 대장정(長征)과 항일전쟁에 참여했던 부친의 영향으로 15살 때 군에 입대한다. 16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그는 1987년 다롄(大連)시 시강(西崗)구 판공실 주임으로 부임한다. 여기서 그의 인생은 대전환의 계기를 맞는다. 당시 시강구 정부는 파산위기의 시강구 주택개발공사를 회생시키려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었다. 왕 회장은 보장된 미래를 포기하고 1989년 이 회사 사장으로 들어가 회사 살리기에 뛰어들었다.

그는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후 1992년 사명을 다롄완다그룹으로 바꾼다. 중국 최고 부동산 재벌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왕 회장은 부동산개발로 엄청난 돈을 벌었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사업거리로 ‘문화’를 선택했다. 이미 중국에 6000여개의 영화 스크린을 가진 그룹인 완다는 지난해 5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영화관 체인인 AMC그룹을 26억달러에 인수, 세계 최대 영화관 체인기업으로 급부상했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중국의 힘이 문화산업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날도 멀지않은 듯하다. 수천년 역사의 무궁무진한 ‘이야기 자원’을 제대로 채굴해 영화화한다면 그 파괴력은 무시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술력과 기획력은 한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다.

23일 베이징 신문출판광전총국 청사에서 열린 한ㆍ중 공동영화제작 협정 체결식은 이 같은 문제를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보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번 협정에는 한ㆍ중 합작영화가 중국에서 자국 영화로 인정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경우 한ㆍ중 합작영화는 중국 영화시장 규제인 수입쿼터제를 피하게 돼 한국영화의 중국 시장 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가 좀 더 활발히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좋은 소식이다.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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