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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극항로가 에너지 젖줄”, 승부수 건 현대글로비스
[전남 광양= 김상수 기자]북극 얼음을 깨고 해치며 달려온 영광의 상처일까. 선박 앞에 커다랗게 써 있는 ‘POLARIS’란 글씨의 페인트는 벗겨지고 녹이 더해졌다. 오히려 그 흔적에서 북극의 향기가 짙게 느껴졌다. 광양항에 모인 인파들도 폴라리스호의 도착에 환호성을 아끼지 않았다.

악대의 힘찬 연주와 격한 박수소리. 그리고 1만5524㎞의 북극항로 대장정을 마친 폴라리스호의 존재감. 폴라리스호의 첫 여정은 이렇게 끝났지만, 에너지자원의 ‘신(新) 실크로드’를 개척할 현대글로비스의 승부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시범운항을 바탕으로 내년에도 수차례 북극항로를 운항, 향후 에너지자원의 운송 루트에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국적 선사 최초로 북극항로를 시범운항한 폴라리스호는 지난 9월 16일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나프타 4만4000t을 싣고 출발, 35일 만에 1만5500㎞를 항해하고서 지난 22일 전남 광양항으로 입항했다.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을 비롯, 입항 현장에 참석한 50여명의 관계자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 사장은 “글로벌 선사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향후 북극 항로개척에 더 힘을 쓰겠다”고 강조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시범운항 선박에 승선한 수석항해사를 비롯, 습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동북아시아와 유럽 간 북극 항로 개척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특히 북극항로가 에너지 운송 등에 특화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졌다고 현대글로비스 측은 판단하고 있다. 김진옥 현대글로비스 해상운송실장(전무)은 “최근 북극지역을 중심으로 에너지 자원 개발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향후 북극항로가 세계 에너지 자원의 이동구간으로 널리 쓰일 전망”이라고 전했다.

실제 북극 인근 지역은 최근 갖가지 에너지 개발 사업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러시아의 야말 LNG 프로젝트가 대표적. 러시아 북부 야말ㆍ네네츠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현지에 건설될 연 생산량 1650만t 규모의 공장에서 LNG로 변환시켜 수출하는 사업이다. 김 전무는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야말지역의 에너지 운송에도 큰 이점이 있다. 현대글로비스도 이 프로젝트를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밖에 캐나다 북부 지역의 광산 개발 사업이나 국내 기업의 북극 자원 개발 사업 등에도 북극항로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무는 “내년에도 북극항로를 운항할 계획이며, 1회가 아니라 2~3회가량 운항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글로비스는 내빙 탱커선, LNG선이나 쇄빙선 투자에도 검토 중이며, 한국 뿐 아니라 유럽과 중국, 일본을 잇는 북극항로 운송에도 적극 뛰어들 방침이다. 김 전무는 “지금 당장의 수익성을 보고 시작한 게 아니라, 향후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차원에서 북극항로에 도전했다”며 “앞으로도 북극항로를 개척하는 현대글로비스의 도전은 계속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dlcw@heraldcorp.com

현대글로비스가 국적 선사 최초로 추진한 북극항로 시범운항의 성공적인 항해를 기념한 입항 축하행사를 22일 오후 전남 여수 광양항 사포부두에서 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글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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