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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놀 때 놀고 일할 때 일하면 능률↑…직원에게 休주는 기업들
유연근무제ㆍ펀경영 등 ‘쉬고 즐길 권리’ 보장…새로운 근무환경 만들어



[헤럴드경제=산업부]‘놀 땐 놀고, 할 땐 하자’는 옛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2011년 기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090시간으로 34개 회원국 중 2위였지만, 취업자당 노동 생산성은 6만2185달러로 23위에 그쳤다. 12만3377달러로 노동 생산성 1위에 오른 룩셈부르크의 절반, OECD 평균의 79.9% 수준이었다.

시간 때운다고 자리만 지키고 있는 것은 ‘질 낮은 노동’일 수 밖에 없다는 방증이다. ‘쉴 때 쉬어야 일의 능률이 오른다’는 법칙을 파악한 기업들은 유연근무제, 펀(fun) 경영, 재택근무, 안식년 등 쉴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새로운 근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각종 제도를 통해 업무 생산성 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다.

SK케미칼은 2010년부터 구성원을 위해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강연을 위해 회사를 방문한 이해인 수녀가 SK케미칼 구성원과 기념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SK케미칼]

▶편한 시간에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융통성 있는 근무제도=기업들은 근로자가 개인 여건에 따라 근무 시간과 형태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 도입 등을 통해 직원들이 편하게 근무에만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아예 정규 근로시간 외에 야근 등을 줄여 직원들을 일에서 ‘조기 해방’시켜주는 기업도 늘고 있다.

SK그룹 계열 SK㈜ㆍSK이노베이션ㆍSK텔레콤ㆍSK플래닛은 업무 특성에 맞게 출ㆍ퇴근시간을 조정하는 ‘플렉서블(flexible) 타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획일적인 ‘9시 출근-6시 퇴근’의 업무 형태에서 탈피, 업무에 필요한 경우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 어학 공부, 운동 등 자기계발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시간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부터 야근을 금지하는‘초과 근무 제로(zero) 프로젝트’를 통해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상급자에게 경고를 주는 등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케미칼은 2010년부터 구성원을 위해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강연을 위해 회사를 방문한 혜민스님이 SK케미칼 구성원과 기념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SK케미칼]

삼성전자는 ’하루 4시간 근무제’를 전 사업부로 확대했다. 주 40시간 근무 요건만 충족한다면 ‘하루 8시간 이상’ 일할 필요가 없이 4시간만 일해도 된다. 예를 들어 주 5일(월~금) 근무를 ‘월 8시간, 화 8시간, 수 12시간, 목 8시간, 금 4시간’처럼 개인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한진그룹과 대한항공, 현대자동차그룹은 가정의 날을 정해 실천하고 있다. 한진과 대한항공은 매달 셋째주 수요일마다 원래 근무시간(오전 8시30분~오후 5시30분)을 마치면 업무가 남아 있더라도 무조건 중단하고 퇴근해서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게 하고 있다.

현대차는 매주 수요일마다 ‘가정의 날’, 매주 금요일마다 ‘우정의 날’을 정해서 원래 퇴근 시간인 오후 5시에 반드시 퇴근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원만한 가정생활과 친구들과의 모임을 통한 사회생활을 하게 돕는 차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매주 금요일마다 ‘패밀리데이’를 정해 놓았다. 직원들은 정장이 아닌 캐주얼을 입고 출근함은 물론 평소 퇴근시간인 오후 6시30분보다 1시간정도 빠른 오후 5시30분에 퇴근해야 한다.

웅진씽크빅도 달마다 월 2회(첫째ㆍ셋째 수요일) 오후 4시까지만 근무하는 ‘3무(無)데이’를 운영 중이다. ‘3무데이’란 회의ㆍ회식ㆍ야근 없이 전 직원이 오후 4시에 퇴근해, 근무 시간에 불필요한 시간을 최소화하자는 제도다.

한솔제지는 직급순 자리 배열 대신 자유롭게 자리를 선택하는 ‘자율좌석제’와 하루 두 차례(오전 9시30분~11시, 오후 3~4시) 시행되는 ‘집중근무시간’을 시행 중이다. 유한킴벌리는 20년 전인 1993년부터 출근 시간을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 30분 단위로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월 2회(첫째ㆍ셋째 수요일) 회의ㆍ회식ㆍ야근 없이 오후 4시에 퇴근한 ‘3무(無)데이’를 시행하고 있다. ‘3무데이‘ 시행일에 텅텅 비어버린 경기 파주 웅진씽크빅 본사의 한 사무실. [사진제공=웅진씽크빅]

시간뿐만 아니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근무할 수 있는 제도도 속속 나오고 있다. KT는 유연근무제인 ‘스마트 워킹’을 도입해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고 업무 효율도 향상돼 다른 기업들까지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 워킹’은 직원들이 집이나 직장 등 일터에 구애 받지 않고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제도다.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

일에 지친 직원이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장기 휴가 제도도 마련돼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한화케미칼의 ‘리프레시(Refresh) 휴가 제도’는 모든 직원들이 1년에 10일간의 연차를 붙여서 사용, 주말까지 포함하면 최대 16일간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한화케미칼은 제도 정착을 위해 시행 초기 팀원들의 제도 사용이 저조할 경우 팀장들에게 연말 평가에서 감점을 주기도 했다. 직원이 해당 제도를 사용할 시 계열사인 플라자호텔과 한화리조트 무료 사용권(최대 10일)도 지급된다. 

웅진씽크빅은 매달 본부별로 우수 사원을 초청해 하루동안 문화공연 관람과 최고의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는 ‘씽크빅스타‘를 운영하고 있다. 배우자와 함께 뮤지컬 공연을 관람한 한 직원. [사진제공=웅진씽크빅]

▶재미있게 즐기며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펀(fun) 경영=일과 재미는 물론 감동과 ‘힐링‘까지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펀(fun) 경영‘도 최근 기업의 화두다. 웅진씽크빅의 경우 달마다 각 본부별로 우수 직원을 선발, 문화공연 관람과 최고의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 ‘씽크빅스타’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진행했으며, 달마다 프로그램을 차별화하기 위해 ‘씽크빅 스타 PD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자발적으로 신청받아 선정하고 있으며, PD들은 ‘씽크빅 스타’들이 보낼 특별한 하루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외에도 기업들은 각종 강의나 정서 함양을 통해 재미와 함께 각종 지식과 정보를 얻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SK케미칼은 2010년부터 ‘인문학 강의’를 시행해오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한 강연은 횟수는 총 90여회, 초청한 강연자만 50여명에 달한다. 

지난달 서울 공덕동 효성 본사 지하강당에서 열린 GWP 세미나 ‘행복 토크(Talk)’에서 임직원들이 만나보고 싶은 강사로 추천한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이 ‘자기혁명’에 대해 열띤 강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제공=효성]

강연자 목록도 화려하다. 2011년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인 김난도 서울대 교수, 지난해에는 혜민 스님, 올해에는 이해인 수녀 등 ‘멘토 3인방’을 모두 초청했다. 직원들의 ‘힐링’에 초점을 둔 것이다. 달마다 클래식 공연도 연다. 유키 구라모토,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를 비롯한 음악계 실력파들이 SK케미칼이 마련한 콘서트장을 찾았다.

효성은 지난달부터 신바람 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외부 전문 강사를 초청해 강연과 토론을 하는 GWP(Great Work Place) 세미나 ‘행복 토크(Talk)’를 시작했다.

임직원들로부터 추천받은 ‘만나보고 싶은 강사’가 월 1회 ▷상호 신뢰를 쌓는 법 ▷소통하는 방법 ▷꿈을 설계하여 성공시킨 사례 ▷고난을 극복한 사례 ▷나의 작은 변화를 통해 삶과 조직을 변화시킨 사례 등 다양한 주제로 강의한다. 지난달에는 ‘시골의사’ 박경철 씨가 강연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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