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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 숙성한 600여곡 쏟아져…내년까지 정규앨범 3장 추가”
정규6집 낸 펑크록밴드 ‘타카피’
타카피는 크라잉넛ㆍ노브레인과 더불어 ‘펑크음악 1세대’로 신을 개척해왔지만 데뷔 후 지금까지 아는 사람들만 아는 밴드였다. ‘치고 달려라’가 2008년부터 KBS 프로야구 중계방송의 메인 테마송으로 전국의 안방에 울려 퍼졌지만, 정작 타카피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 사이 멤버들도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절치부심하던 리더 김재국은 젊은 피들을 모아 새롭게 밴드의 진용을 꾸렸다. 절박한 심정으로 달려들자 순식간에 600여곡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고르고 고른 곡 10곡이 여섯 번째 정규 앨범에 담겼다. 각오를 전하기라도 하듯 앨범의 이름 역시 의미심장한 ‘본격인생(本格人牲)’이다. 타카피의 멤버 김재국(보컬ㆍ기타), 이선환(기타), 박세환(베이스), 장영훈(드럼)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재국은 “이전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무모하게 시도하다가 실패했던 일들이 많았는데, 만으로 나이 마흔을 넘겨 인생이라는 큰 사이클의 절반 지점에 다다르니 조금은 인생을 알 것 같다”며 “긴 연습 경기를 거쳐 메이저리그로 진출한다는 기분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앨범을 작업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 ‘치고 달려라’의 성공 이후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니까 절박함이 줄어들어 음악에 쉽게 몰입할 수 없었다”며 “이후 밴드 대내외적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내가 위로받을 수 없는 음악은 다른 사람을 위로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 조금 시간이 걸렸다”고 앨범이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4년 만에 정규 6집 ‘본격인생’을 발표한 펑크록밴드 타카피. 왼쪽부터 박세환(베이스), 김재국(보컬ㆍ기타), 장영훈(드럼), 이선환(기타).                                                                                                                   [사진제공=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앨범엔 새롭게 시도한 스트링 편곡과 희망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타이틀곡 ‘사랑 시작’, 즉시 입에 붙는 후렴구와 강렬한 연주가 라이브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이는 ‘태양아 떠라’, 온라인 음원 사이트의 무료 1분 듣기 기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1분짜리 트랙 ‘1분 듣기’,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는 이들의 가슴 한편을 뜨끔하게 만드는 가사가 인상적인 ‘여든 즈음에’ 등이 실려 있다. 김재국은 마이크를 직접 들고 라이브를 하듯 보컬을 녹음해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렸다.

김재국은 “ ‘내 갈 길 가라’는 이별을 너무 자주 하지 말라는 조언을, ‘태양아 떠라’는 인생의 정점에 있을 때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현재를 충실하게 즐기라는 메시지를, ‘여든 즈음에’는 선택과 인연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살아 있는 동안 삶의 끈을 놓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는 이야기를 노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애초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들국화의 행진’이었지만 들국화의 드러머 주찬권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사랑 시작’으로 변경됐다. 타카피는 “선배들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며 “들국화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송라이터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위대한 밴드다. 앞으로 주찬권 선배의 몫까지 노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앨범을 위해 만들었다는 600곡의 행방을 묻자 타카피는 그 곡들로 내년까지 정규 앨범을 추가로 3장 더 발표하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타카피는 “앨범 시장이 죽은 시대에 이 같은 시도는 매우 즐거운 실험이 될 것”이라며 “ ‘치고 달려라’ 대신 타카피의 이름 앞에 놓일 곡들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카피는 다음달 8일 오후 8시 서울 서교동 KT&G상상마당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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