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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카피 “내가 위로 받을 수 있는 음악이어야 남 위로할 수 있어”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타카피는 크라잉넛ㆍ노브레인과 더불어 ‘한국 펑크 음악 1세대’로 펑크 신을 개척해 왔지만 데뷔 후 지금까지 아는 사람들만 아는 밴드였다. ‘치고 달려라’가 2008년부터 KBS 프로야구 중계방송의 메인 테마송으로 전국의 안방에 울려 퍼졌지만, 정작 타카피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 사이 멤버들도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절치부심하던 리더 김재국은 젊은 피들을 모아 새롭게 밴드의 진용을 꾸렸다. 절박한 심정으로 달려들자 순식간에 600여 곡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고르고 고른 곡 10곡이 여섯 번째 정규 앨범에 담겼다. 각오를 전하기라도 하듯 앨범의 이름 역시 의미심장한 ‘본격인생’이다. 4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는 타카피의 멤버 김재국(보컬ㆍ기타), 이선환(기타), 박세환(베이스), 장영훈(드러머)를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재국은 “이전에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무모하게 시도하다가 실패했던 일들이 많았는데, 만으로 나이 마흔을 넘겨 인생이라는 큰 사이클의 절반 지점에 다다르니 조금은 인생을 알 것 같다. 이젠 불이 뜨겁기 때문에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는 정도는 아는 나이”라며 “긴 연습 경기를 거쳐 메이저리그로 진출한다는 기분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앨범을 작업했다. 이제부터 ‘본격인생’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새 앨범 발매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김재국은 “‘치고 달려라’의 성공 이후 처음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니까 절박함이 줄어들어 음악에 쉽게 몰입할 수 없었다”며 “이후 밴드 대내외적으로 이런저런 힘든 일을 겪으면서 내가 위로받을 수 없는 음악은 다른 사람들을 위로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조금 시간이 들었다”이라고 설명했다.

4년 만에 정규 6집 ‘본격인생’을 발표한 펑크록밴드 타카피. 왼쪽부터 박세환(베이스), 김재국(보컬ㆍ기타), 장영훈(드러머), 이선환(기타). [사진제공=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앨범엔 새롭게 시도한 스트링 편곡과 희망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타이틀곡 ‘사랑 시작’, 즉시 입에 붙는 후렴구와 강렬한 연주가 라이브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이는 ‘태양아 떠라’, 온라인 음원 사이트의 무료 1분 듣기 기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1분짜리 트랙 ‘1분 듣기’,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는 이들의 가슴 한 편을 뜨끔하게 만드는 가사가 인상적인 ‘여든 즈음에’ 등이 실려 있다. 김재국은 마이크를 직접 들고 라이브를 하듯 보컬을 녹음해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렸다. 심지어 마지막 트랙 ‘노력하지 마’는 아이폰으로 녹음한 날 것의 사운드를 그대로 담아내는 독특한 시도를 했다.

김재국은 “‘내 갈길 가라’는 이별을 너무 자주하지 말라는 조언을, ‘태양아 떠라’는 인생의 정점에 있을 때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현재를 충실하게 즐기라는 메시지를, ‘여든 즈음에’는 선택과 인연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를, ‘결자해지’ 자신의 잘못은 자신이 끝을 내야 한다는 충고를 담고 있다”며 “우리에겐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늘 새롭게 시작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동안 삶의 끈을 놓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초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록밴드 들국화를 향한 헌정곡 ‘들국화의 행진’이었다. 그러나 타카피는 지난 20일 들국화의 드러머 주찬권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타이틀곡을 ‘사랑 시작’으로 변경했다. 타카피는 “앨범 홍보 목적으로 노래를 부른다는 구설에 휘말릴 수도 있고, 또 선배들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며 “들국화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송라이터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위대한 밴드다. 앞으로 주찬권 선배의 몫까지 노래하고 전인권, 최성원 등 남은 두 선배를 응원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타카피는 모던록 중심의 한국 록 신에서 펑크를 고집하는 몇 안 되는 밴드다. 타카피는 “주변에서 왜 과거의 음악을 고집하느냐고 묻기도 하지만 갑자기 타카피가 갑자기 모던록을 연주하는 것도 우스운 일 아니냐”고 반문하며 “어차피 유행이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음악에 최선을 다하면서 그 틀 안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우리의 멋을 지키는 일”이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이번 앨범을 위해 만들었다는 600곡의 행방을 묻자 김재국은 그 곡들로 내년까지 정규 앨범을 추가로 3장 더 발표하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김재국은 “앨범 시장이 죽은 시대이지만 이 같은 시도는 매우 즐거운 실험이 될 것”이라며 “‘치고 달려라’ 대신 타카피의 이름 앞에 놓일 곡들이 나오길 우리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카피는 다음 달 8일 오후 8시 서울 홍대 KT&G상상마당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벌인다. 김재국은 “KBS 2TV ‘유희열 스케치북’에서 꼭 신곡을 라이브로 선보이고 싶다. 섭외 기다리겠다”고 바람을 전하며 “개인적으로 MBC ‘서프라이즈’ 의 재연배우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 우리들은 언제든지 준비돼 있으니 새 앨범을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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