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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리스크…팍스아메리카나 위상 흔들
올 한 해 지구촌이 ‘미국 리스크’로 요동치고 있다.

상반기에는 미국이 대량 살포한 돈을 거둬들인다며 금융시장을 패닉으로 몰아가더니, 하반기에는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 사태 목전까지 치달으며 전세계를 살얼음판을 걷게 했다.

문제는 이같은 미국발(發) 리스크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권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하루 전날인 16일(현지시간) 가까스로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이는 아무런 성과없이 위기의 타임존만 내년 초로 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미 정치권은 이날 부채 상한을 새로 정하지 않고 내년 1월 15일까지 현재 수준에서 예산을 집행한다는 긴급 조치를 내놓고는 극적 타결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이런 전개라면 연말이나 내년 초 예정된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과 겹쳐 글로벌 경제는 또 한 번의 격랑에 휩싸이게 된다.

이같은 미국의 자충수에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 온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의 위상은 치명타를 입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벼랑 끝 대결’로 치닫는 정치권의 협상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미국의 위신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ㆍ국채ㆍ신용등급 휘청=증거는 미국의 경제 패권 변화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화와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의 신뢰도가 무너지고 있다.

글로벌 은행과 투자자들은 최근 미국 국채를 앞다퉈 내다팔았다. 월가 은행들은 지난 2주새 미국 단기 국채 보유 규모를 최대 50% 줄였다.

자연히 미국의 채무 이행도를 평가하는 국가 신용등급도 위협을 받았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15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뒀다면서 “미국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에 실패하면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국제 무역과 금융 결제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던 달러화의 힘도 예전만 못하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 중지)과 디폴트 우려로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자 중국의 위안화의 몸값이 사상 최대치로 치솟는 반사이익을 봤다.

▶외교무대, 미국 독트린 옛말=모든 위기의 발단은 미국의 재정적자다.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로 가난해진 미국은 외교 무대에서도 ‘늙은 호랑이’가 돼가고 있다.

국방예산 삭감은 외교력은 물론 정보력까지 타격을 입혔다. 시리아의 화학무기 살상과 관련한 초기 정보를 입수하고도 제 때 대응에 실패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랍의 봄’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동과 이란의 핵 문제에서도 입김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념보다 현실’이라는 외교 정책 기조 아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전략을 천명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오바마는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로 아시아 순방 일정을 취소하고, 이달 초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에도 불참했다. 미국이 없는 APEC회의는 중국의 무대가 됐고 셧다운의 승자는 중국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밀월관계에 역풍을 맞았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동북아 지역 방위비 분담을 위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같은 미국의 판단이 동북아 지역에서 또다른 중요한 안보 파트너인 한국의 경계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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