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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소비 많은 소재업체 생존 흔들…업종간 ‘도미노 부실’ 우려
산업계 전반 불안감 확산
국내발전량 중 원전비중 최대 30%
저렴한 전기요금 바탕 생산비 절감
원전축소땐 전기료 20년간 3배 상승

철강·시멘트 등 충격흡수 여력 부족
“이미 한계상황에 직면” 경계심 확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13년~2035년) 민ㆍ관워킹그룹이 2035년 원전 비중을 제1차 계획(2008∼2030년) 때 수립한 41%보다 훨씬 낮은 규모인 22~29%로 낮추는 방향을 정부에 권고하면서 전기를 많이 쓰는 소재업체 등은 모두 울상이다.

그동안 지속해 온 전기료 인상 악재에 이어 발전단가가 가장 싼 원전의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함으로써 철강, 화학 등 기초 소재업체는 생산원가 상승에 따른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이들 업체의 소재를 받아 가공ㆍ완제품을 만드는 조선, 자동차 등 가공업종 역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산업이 성장한 데는 원전의 값싼 전기요금이 한몫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6.4~30.4%(출처마다 약간 다름)로 일본(2.1%), 독일(16.1%), 영국(18.1%), 미국(19.0%)보다 높다. 이를 통해 국내 전기요금의 절대 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낮을 수 있었고 이는 곧바로 생산비 절감으로 이어져 산업경쟁력을 키우는 한 축을 담당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전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전환 중인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우리 산업경쟁력을 지탱한 한 축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산업용 전기료의 상승으로 인해 기업들은 아우성이다. 지난 9월 전경련과 대한상의,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석유화학협회 등 17개 단체가 함께 정부에 건의한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 방향에 대한 의견’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2000년 이후 14차례에 걸쳐 78.2% 상승했다. 또 최근 2년여간 요금 인상도 주택용(6.8%)보다 산업용(25%)에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전 비중이 축소되면 산업용 전기료는 향후 20년간 지금보다 3배 정도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를 업계는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기를 많이 쓰는 철강, 화학, 시멘트, 제지 업종은 장기적으로는 생존에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2012년 8월 한국기간산업협의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기초소재의 제조원가(원재료가 제외) 대비 생산 업종별 전기요금 비율은 철강이 25%, 시멘트 22%, 제지 16.2%, 섬유 15.5%, 석유화학 11%로 그 비중이 매우 높았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의 업체가 에너지 회수 설비 등을 통해 에너지 절감 노력을 최대한 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료 상승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없다”며 “그래서 더욱 위기감이 큰 것”이라고 했다. 

원전 비중 축소 방침이 정해지면서 향후 20년간 산업용 전기료가 상상 외로 껑충 뛸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업종인 철강, 화학, 시멘트, 제지업체의 제조원가 상승 불안감은 그래서 더욱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전기를 많이 쓰는 전기로의 전경. [헤럴드경제DB]

일선 업체들 역시 이번 상황에 대해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한 철강업체에 따르면 전기료가 5% 상승하면 약 100억원 정도 생산원가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최근 2년간 25% 상승한 전기료로 인해 가만히 있기만 했는데도 1600억원 정도 들던 비용이 현재 2000억원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더해 발생하고 있는 전기료 인상으로 인해 사실상 업계는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 상황에서 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며 “원전 비중 축소 등으로 전기료가 급상승한다면 몇몇 기업들을 빼놓고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더 큰 문제는 철강, 화학 등 기초소재 업종에서 전기료 부담이 커지면서 생산원가 상승 등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가 나타나면 반도체나 조선과 같은 가공업종의 경쟁력도 덩달아 깎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값싼 전기 요금에 힘입어 성장한 기간산업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이로인해 업종간 ‘도미노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가공업종의 대표격인 자동차 업계 역시 자동차 생산비용 상승에 곧바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원가 상승 등으로 인한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전 축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전기료 상승은 자동차의 주원료인 철과 화학제품의 가격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며 “워킹그룹 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 구체적으로 말하긴 곤란하지만, 원전 비중 축소에 대한 경계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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