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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덥스텝에 국악까지…바세린, 한국 메탈에 새로운 청사진 던지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록은 한국 대중음악의 지형도에서 변방에 속한 장르다. 그 중 하위 장르인 헤비메탈은 변방에서도 변방, 특히 익스트림 메탈(Extreme Metalㆍ극단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헤비메탈)은 그 변방보다도 더 먼 곳에서 명맥을 이어가는 장르다. 헤비메탈 밴드 바세린(Vassline)은 20년 가까이 한국 익스트림 메탈 신을 지켜오며 완성도 높은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존재 가치를 인정받기 충분하다. 2007년 정규 3집 ‘퍼머넌스(Permanence)’를 마지막으로 침묵했던 바세린이 정규 4집 ‘블랙 사일런스(Black Silence)’를 발표하며 6년 만에 돌아왔다. 더욱 강력해진 사운드에 덥스텝과 국악 등을 결합하는 실험까지 더해졌다. 최근 서울 서교동의 한 연습실에서 바세린의 멤버 조민영(기타), 이강토(기타), 이기호(베이스), 최현진(드럼)을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조민영은 “정규 앨범 발매 후 멤버 변동이 있어서 새 멤버(이강토)와 음악적으로 융합을 하는 시간을 거치다 보니 앨범 발매가 조금 늦어졌다”며 “지난 앨범과 이번 앨범 사이에 시간적 간극이 크지만, 그 사이 쌓인 음악적 자양분과 지난 앨범들의 성과가 어우러져 좋은 작품이 만들어졌다고 자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1996년에 결성된 바세린은 2000년 미니앨범 ‘블러드서스티(Bloodthirsty)’를 시작으로 2002년 정규 1집 ‘더 포트레이트 오브 유어 퓨너럴(The Portrait Of Your Funeral)’, 2004년 정규 2집 ‘블러드 오브 이모털리티(Blood Of Immortality)’ 등을 발표해 대부분의 앨범을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올리는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정규 2집은 2005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록 부문을 수상하며 평단의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기호는 “이전보다 무겁고 강한 사운드를 구현해보자는 목표로 앨범을 만들어 나갔다”며 “예전엔 시간에 쫓겨 앨범을 허겁지겁 만들곤 했는데, 이번 앨범은 원하는 소리를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 녹음 기간에 데드라인을 두지 않고 여유롭게 제작을 했다는 점에서 지난 앨범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6년 만에 정규 4집 ‘블랙 사일런스(Black Silence)’를 발매한 헤비메탈 밴드 바세린. 왼쪽부터 이기호(베이스), 조민영(기타), 신우석(보컬), 최현진(드럼), 이강토(기타). [사진제공=GMC레코드]

앨범엔 덥스텝(Dub Stepㆍ저음역대 베이스라인을 강조한 일렉트로닉 장르)을 차용해 강렬한 사운드에 새로움을 더한 ‘레드 레이븐 콘스피러시(Red Raven Conspiracy)’, 퓨젼국악그룹 잠비나이와 협연을 통해 헤비메탈의 장르를 뛰어넘는 음악적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오버추어 투 리콤포지션(Overture To Recomposition)’, 멜로디컬한 연주와 극단적인 보컬의 조화가 더욱 격정적으로 다가오는 ‘프롬 너싱 투 인피니티(From Nothing to Infinity)’, 바세린 특유의 서정성이 돋보이는 소품 ‘로스트 인 루인스(Lost in Ruins)’ㆍ‘루비콘(Rubicon)’ 등 14곡으로 꽉 채워져 있다. 노건욱(투 마이 라스트 브레스), 요한(피아), 임환택(할로우 잰), 배경세(나인신) 등 동료 뮤지션들이 객원 보컬로 앨범에 대거 참여해 힘을 보탰다.

이기호는 “잠비나이와의 협연은 10여 년간 인연을 맺어오며 서로가 서로의 음악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자칫 유치해질까봐 우려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민영은 “무분별한 피처링은 앨범을 어수선하게 만들지만 잘 활용하면 앨범에 다채로움을 더해줄 수 있다”며 “피처링 뮤지션들을 메인보컬과 다른 분위기를 주는 백보컬로 활용해 다양한 효과를 연출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바세린은 멤버 전원 밴드 활동 외에 직업을 가지고 활동하는 ‘직장인 밴드’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기호는 “사실상 미디어와 대중이 메탈 음악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전업 뮤지션으로 음악을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만약 우리가 전업 뮤지션이었다면 20년 가까이 활동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민영은 “우리가 직업을 가지고 활동하는 이유는 하고 싶은 음악을 오랫동안 하고 싶기 때문”이라며 “대중이 미디어와 기획사들이 만들어 낸 상품에만 익숙해져 취향이 획일화 돼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바세린은 12월부터 노브레인ㆍ레이지본ㆍ검엑스ㆍ피아 등의 동료밴드와 합동 공연을 계획 중이다. 이기호는 “현재 록 신이 여러 갈래로 찢어져 있는데 다른 성향의 밴드들과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신을 합쳐 키우고 싶다”며 “기회가 된다면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음악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몸을 던질 준비가 돼 있다”고 웃어 보였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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