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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MW는 이게 문제”, 업계 1위 BMW의 이유있는 ‘자아비판’
[헤럴드경제= 김상수 기자]“서비스센터에 입고하려고 회사에 휴가를 내야 하는 경우도 생겨요”, “차량 입고할 때 차량 상태를 잘확인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았어요. 이 부분 점수가 44점에 그쳤습니다.”

지난 14일 저녁 서울 여의도 콘라드호텔. 이곳에선 때아닌 BMW ‘성토대회’가 열렸다. BMW 보유 고객이 한자리에 모여 BMW 서비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리이다. “원하는 시간에 예약하기 힘들다”, “예상 수리 비용을 잘 안내해주지 않는다”, “정비 전 차량 상태를 잘 확인하지 않는다”는 등 생생한 불만이 이어졌다.

눈길을 끄는 건 이 행사를 주최한 게 BMW코리아란 점. 고객을 통해 직접 ‘치부’를 확인한다는 일종의 ‘자아비판’이다. 형식적이라 하기엔 그 과정도 치밀하다. 100명의 고객평가단을 1년 동안 운영, 전문 조사기관에 의뢰해 고객이 지적한 BMW코리아의 문제점을 가감 없이 수치화해 발표했다. 아예 백서로까지 제작했다. BMW가 발간한, BMW의 단점을 심층분석한 책이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일부러 치부를 널리 알리는 파격적인 행보. 고객의 쓴소리를 ‘아프게’ 들어야만 발전할 수 있다는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의 경영 철학이 담긴 시도이다. 


BMW코리아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콘라드호텔에서 고객 서비스평가단 해단식을 개최했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차량 구매 고객 중 100명을 선정, 1년간 고객서비스 평가단을 운영하며 BMW코리아 서비스센터의 장단점을 모니터링했다. 전문 조사기관인 TNS코리아를 통해 총 125회의 서비스평가를 분석 의뢰, 평가 결과를 수치화했다.

전체 총점은 100점 만점에 81점을 기록했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우호적인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아주 기초적인 부분에서 문제점이 지적됐다. 무엇이 부족한지 생생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TNS코리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비스 프로세스의 하위 항목 중 ‘원하는 시간에 예약 가능’, ‘예약 시 고객 연락처 확인’ 등은 각각 67점, 66점을 기록했다. ‘예상 비용에 대한 안내 여부’나 ‘필요 정비 사항에 대한 설명’ 등도 각각 70점, 65점으로 낮게 나왔고, ‘정비 전 차량 상태 확인’은 44점으로 평가항목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 TNS코리아 관계자는 “정비를 하기 전 고객과 함께 육안으로 차량을 확인하는 절차나 주행거리에 따라 어떤 정비가 필요한지 등을 설명해주는 과정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평가단 운영 기간 도중 열린 간담회에서도 생생한 지적이 이어졌다.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하려면 회사에 반차를 내야 한다”, “회사 오너가 아닌 이상 자유롭게 차량 입고 시간을 낼 방도가 없다”, “단순 소모품 교환도 12일 뒤에나 가능하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수리 후에 콤파운드 자국이 남아 있어 아쉽다”, “매번 예약 시간에 맞춰가도 바로 작업을 시작하지 못한다” 등의 지적도 모두 고객평가단을 통해 접수된 의견이다.

BMW코리아는 이번 평가단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 도입도 약속했다. 김 사장은 “퇴근 이후에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주 1회 야간 영업일을 정하고, 토요일에도 서비스센터 영업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2015년까지 서비스센터의 모든 시설을 70% 이상 개선작업을 추진하고, 고객 대기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고객 평가단에서 나온 문제점에 대한 회답이다. 고객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가감없이 듣고, 이를 통해 서비스 개선 사항을 확인하는, 선순환의 시작이다.

BMW코리아의 이 같은 시도는 BMW 본사 차원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김 사장은 “2주 후 열릴 BMW 사장단 회의에서 고객평가단 성과를 전 세계 BMW 사장단에게 발표할 예정”이라며 “올해 성과를 보고 BMW 본사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검토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 진행될 고객평가단 2기에는 규모도 200명으로 2배 확대하고, BMW뿐 아니라 MINI 브랜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MINI가 상대적으로 BMW보다 서비스가 부족해 2기에는 더 따끔한 지적이 나올 것”이라며 “이 같은 시도가 업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자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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