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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를 만드는 축구공, 태양광 배낭...IT와 디자인이 만나 펼치는 ‘무한의 세상’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 한 무리의 아이들이 공을 차고 논다. 공은 이리 튀고 저리 튀고 또 바닥을 구르며 쉴 새 없이 아이들의 발 사이에서 움직인다. 이윽고 어둠이 깔리고 밤이 되자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축구공은 이제 집안을 환히 밝히는 ‘램프’가 된다. 축구공의 한쪽에 붙어있는 주황색 뚜껑을 열고 마치 더듬이 같은 모양의 LED 조명을 연결하자 밝은 불이 들어온다. 그 작은 조명을 벗삼아 아이들은 밥을 먹고 책을 읽는 등 이전에는 없었던 ‘저녁'을 연다.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축구공 ‘SOCKET(소켓)’의 가상 사용장면이다. 겉모습은 일반 축구공과 다를 바 없는 소켓은 그 안에 진동을 감지하는 장치와 하이브리드형 발전기가 내장돼 있어, 아이들이 공을 가지고 축구를 하는 동안 내부 배터리에 전기가 충전된다. 그 전기를 이용해 불을 밝힐 수도 있고 심지어는 간단한 전자제품을 충전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치인 것이다.

이 기발한 축구공은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두 여학생이 설립한 ‘Uncharted Play’라는 그룹이 개발한 특허제품으로, 전기에너지의 혜택을 받지못하는 개발도상국 혹은 후진국의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이 대부분 낮에 축구를 하며 논다는 점에 착안해 에너지 공급 문제까지 해결한 것이다. 소켓을 30분 정도를 가지고 놀면 약 3시간가량 LED 조명을 밝힐 수 있다. 기술과 디자인의 만나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준 셈이다.

과거에는 따로 떨어져서 존재한다고 믿었던 것들이 만나고 섞이는 ‘융합’의 시대가 되면서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기술과 디자인의 융합이다.

앞서 언급한 소켓의 예처럼 어느덧 ‘사회적 책임’을 구체화하는 수단으로까지 진화한 디자인은, 이전에는 그저 무형의 ‘지식’일 뿐이었던 기술과 만나 생각지도 못했던 아름다운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 네이버 그린팩토리 사옥에 위치한 라이브러리1의 전경.

▶IT 기술, 디자인과 사랑에 빠지다=IT기술과 디자인이 만나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기발한 제품을 탄생시킨 경우는 이외에도 많다.

Votanic System이라는 회사에서 출시한 ‘노트북 충전 배낭’은 가방 바깥쪽에 태양열 집적판이 부착돼있어 언제 어디서든 휴대전화나 태블릿PC, 노트북 등의 전자기기 충전이 가능하다. 특히 이 가방에 붙어있는 Fuse 10W라는 태양열 패널은 쉽게 탈부착할 수 있어 다른 가방이나 여행용 캐리어, 자전거 등 어디에든 옮겨 달아 이용할 수도 있다. 또 중요한 것은 이 가방이 페트병을 재활용한 천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저 이 가방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공헌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영국의 디자이너 도미닉 윌콕스가 디자인한 ‘GPS 신발’은 아름다운 구두에 GPS 장치를 더해 그저 신발 자체가 주인의 갈 길을 알려주도록 만들어졌다. 이 신발의 왼쪽에는 동ㆍ서ㆍ남ㆍ북을 가리키는 LED 조명이 원형으로 배치돼 있고, 오른쪽에는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LED 조명이 일자로 늘어서 있다.

신발을 컴퓨터에 연결한 뒤 목적지를 설정하고,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주인공 도로시처럼 발 뒤꿈치를 툭툭 부딪쳐 GPS를 활성화하면 신발 코 부분에 부착된 작은 LED 조명이 빛나며 방향과 거리를 착용자에게 표시해 준다. 기술에 디자인과 아이디어가 더해지자 ‘도로시의 구두’라는 상상이 유쾌한 현실이 된 것이다.


▶NIKE, IT와 디자인을 섞어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나다=그런가 하면, IT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해 이미지 자체를 탈바꿈한 기업도 있다. NIKE(나이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나이키는 지난 4월 밀라노에 위치한 나이키 스타디움 매장에서 특별한 제품을 하나 론칭했다. 그 제품의 이름은 플라이니트 시리즈. 이 신발은 여러 종류의 실을 가로ㆍ세로로 엮어 초경량을 실현했고, 나아가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인체공학적인 설계와 아름다움까지 갖췄다.

재미있는 것은 나이키가 제품을 출시하는 자리에서 제품의 소재인 ‘실’의 디자인적 요소를 강조해, 사람의 행동에 따라 수만 가닥의 실이 변화하는 디스플레이 장치까지 선보였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나이키는 ‘스포츠 브랜드’를 넘어서 IT와 디자인 그리고 예술을 함께 실현하는 ‘혁신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얼마 전 패스트컴퍼니가 발표한 ‘세계 50대 혁신기업’ 명단에서 나이키는 당당히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IT와 ‘글꼴’이 만나 ‘환경보호’를 실천하다=우리나라의 기업 중에는 네이버의 ‘한글 한글 아름답게 프로젝트’가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네이버는 지난 2008년부터 국민의 70%가량이 이용하는 국민 포털의 영향력을 이용해 한글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었던 것은 2011년 네이버가 개발해 무료로 배포한 ‘나눔글꼴 에코’ 이다. 이 글꼴의 특징은 글꼴 안에 무수히 많은 작은 구멍이 뚫려있다는 것이다.

이 글꼴로 문서를 출력하면 빈 구멍에 잉크가 번져 채워지는데, 이에 따라 최고 35%까지 프린터의 잉크를 절약할 수 있다. 이는 1만장의 문서를 출력할 때 쓰이는 잉크로 3500장의 문서를 더 출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외에도 네이버는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스마트폰 테마 런처에 아름다운 한글 글꼴을 적용해 자연스럽게 사용자들이 한글 사랑을 실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yesyep@heraldcorp.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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