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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디자인토크>“자신의 스토리와 DNA가 녹아있는 새로운 창조물을 만드는 것, 그것이 디자이너”
[헤럴드경제=서상범ㆍ이슬기 기자]“디자인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단지 새롭기만 한 것이 아닌, 디자이너의 스토리와 상상력이 가미될 때 창의적인 디자인은 완성됩니다”

한 쪽은 한 시대를 풍미한 디자인계의 거물, 다른 한 쪽은 새롭게 떠오르는 무서운 신예. 세계 정상급 디자이너인 장 샤를르 드 카스텔바작과 게리카드가 디자이너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메세지는 하나였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되, 그 안에 자신의 스토리와 DNA를 녹여라’는 주문이었다.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토크2013’에서 두 디자이너는 자리를 가득메운 500여명의 젊은이들과 자신들의 디자인에 녹아있는 삶의 경험과 스토리에 대해 공감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디자인은 상상, 실험, 그리고 놀이, 게리 카드=첫 연사로 핫핑크 자켓을 입고 등장한 게리 카드는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로 청중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세트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그는 자신의 삶이 어떻게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 먼저 설명 했다. 어릴 적부터 공상만화를 읽고, 그림을 그리며 상상을 하는 시간을 좋아했다는 그는 본격적인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선 이후, 자신이 꿈 꾼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실험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재가 자신의 실험 재료”라며 “이 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버커루 게임(물건을 계속 쌓아올리는 게임)을 예로 들며 자신의 작업 중 여성에게 꽃을 어디까지 쌓아올릴 수 있는지 시도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또 H&M의 팝업스토어의 디자인을 제의받았을 때도 내ㆍ외부를 어떻게 가지고 놀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고 그 결과 배열을 매번 다르게 만드는 큐브와 같은 형태로 분해하고 접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공간을 만들었다고 그는 소개했다. 

헤럴드디자인토크에서 영국 디자이너 게리 카드가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있다. 게리카드는 런던의 세트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최근에는 인테리어와 패션 디자인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새로운 개념의 디자이너로 폭넓은 영역에 걸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이처럼 상상과 실험, 놀이가 함께 조화될 때 창의성이 나온다는 그는, 그러면서도 이 모든 작업의 근본에는 작가의 스토리가 담겨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토리가 없는 작품은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할 수 없고 그런 작품은 결국 디자이너 혼자만의 작품이 돼버린다는 그는, 작가만의 스토리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협업을 통해 다양한 스토리와 경험을 쌓을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레이디 가가의 ‘BONE MASK’ 활동 시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자신의 창의성과 커리어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곧바로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권태감을 느끼지않냐”는 질문에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추구하기 때문에 권태를 느낄 시간이 없다”며 “일년 중 유일하게 따분한 시간은 크리스마스정도”라며 재치 있게 답했다.

작업이 잘 안 풀릴 때 자신만의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질문에는 “걸림돌이 있으면 고민해봤자 안된다”며 “문제를 생각하지 말고 잠시 피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기에 조금 쉬어가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헤럴드디자인토크가 9일 오후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열린 가운데 영국 디자이너 게리 카드가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디자인은 상상, 영혼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카스텔바작=게리카드의 강연 후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카스텔바작은 등장하자마자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좌중을 압도했다. 그는 “시와 음악과 디자인의 공통점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영혼을 풍요롭게 만들며, 활기찬 박동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최근 자신이 시와 음악에 영감을 받아 기획했던 80번째 패션쇼 영상을 통해 강연을 시작했다. 영상이 끝나자 다시 무대에 등장하며 버버리 레인코트를 뒤집어 입고 나온 그는 창의성을 위해 기존의 사고방식을 전환시킬 것을 강조했다. 프랑스의 전통 있는 무사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17살 때까지 군대식 기숙학교에서 생활을 했다”며 “창의성은 자신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이었고 그 외로움과 상처를 통해 자신의 스토리와 DNA를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것, 창의적인 것은 잡지나, 미디어 등을 통해 어디선가 본 듯 한 것이 아닌, 개개인의 과거와 내면을 통해 끌어올려야 한다”며 자신의 첫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유년시절 내내 테디베어 대신 덮고 잤던 담요를 통해 만든 옷을 보여주면서 “이 담요는 나의 외로움과 고통을 함께했던 물건이었고 이것을 통해 나의 과거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한편 그는 갑자기 흰 봉투를 꺼내 이 안에 피카소의 흔적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모든 청중의 시선이 집중된 봉투에서는 머리카락이 나왔고 그는 피카소의 머리카락이라고 소개했다. 순간 청중들의 술렁임이 느껴지는 것도 잠시 그는 곧 “이 머리카락은 내 것이며 당신들은 모두 속았다”며 “하지만 순간 당신들이 느낀 동요, 감정 등이 내가 전달하고 싶었던 상상력이라며 여러분도 대중에게 상상을 통해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뭔가를 꼭 팔려고 하지 말고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을 만들어달라며 전 교황인 요한바오로 2세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1997년 교황과 사제단을 위해 의상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은 그는 자신의 의상을 입은 교황을 비롯해 수천, 수만의 사제들을 보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소수의 몇몇을 위해 일을 했지만 이날을 기점으로 자신의 탈렌트를 사회와 공유하고, 모든이에게 디자인을 통해 희망을 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그는 창의성과 진정성, 사회적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 모인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이 미디어의 발달로 복사된 이미지가 횡행하는 현 시대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사회적 의미를 추구하는 작업을 통해 인간의 영혼을 풍요롭게 만드는, 인간을 사랑하는 디자이너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헤럴드디자인토크가 9일 오후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열린 가운데 프랑스 디자이너 카스텔 바작이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바작은 프랑스의 국민 디자이너로, 획일적인 패션이 아닌 예술과 문화와 소통하는 새로운 패션 철학의 완성을 꿈꾸는 걸로 유명하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패션피플들의 축제의 장, 카스텔바작은 강연 후 참가자 모두에게 싸인과 그림을 직접 그려주기도=‘헤럴드디자인토크2013’은 패션피플들의 축제의 장이었다. 행사 진행을 맡은 패션매거진 엘르의 강주연 편집장부터 의상 디자인 및 에디터를 꿈꾸는 ‘패션 피플’들의 심상치 않았던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

딱딱한 강연형식에서 벗어나 참석자들은 활기차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두 거장들의 말 하나하나를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무대 화면에 등장하는 디자이너들의 작품사진이 등장할 때마다 그들의 작업과 영감을 기억하기 위해 무대화면 자체의 사진을 찍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한 참가자는 “포털에서 찾을 수 있는 몇 개의 작품 사진이 아니라, 디자이너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작업들의 사진을 기억하고 그를 통해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일반인 참가자 뿐 아니라 VIP로 초대된 최범석 디자이너도 화제였다. 국내 최정상급 디자이너인 그는 강연 내내 집중하며 때로는 그들의 경험과 조언에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강연이 끝난 후 그는 “서로 다른 세대를 살아온 두 디자이너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엉뚱한 발상력과 두려움 없이 도전하려는 자세라고 느꼈다”며 “앞으로 디자이너를 지망하는 젊은 친구들도 이번 강연을 통해 도전과 실험정신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강연에서 연사들도 열의를 보였다, 게리 카드는 예정된 시간보다 20분을 훌쩍 넘길 정도로 열강을 했고, 바작은 다양한 소품과 도우미를 직접 준비해 강연의 풍미를 더했다.

바작은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줄을 선 관객 모두에게 정성껏 그림이 담긴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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