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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날에 만나는 한글의 조형美
청농 문관효 한글서예展
‘훈민정음 언해본’ 등 60점 공개


굵은 필획으로 힘차게 써 내려간 두 글자가 한덩어리가 됐다. 하나의 동그라미를 함께 쓰는 조합이 더없이 절묘하다. “한글서예도 이렇듯 현대적이고, 조형성이 있구나”하고 고개를 끄떡이게 만드는 작품이다. 개성적인 글씨 아래로는 “동행하는 그대 있어 행복합니다”라는 두 줄 글귀가 곁들여졌다. 한자의 ‘행(幸)’자를 도드라지게 표현한 점 역시 흥미롭다.

현대적 조형미를 선사하는 이 작품은 청농 문관효의 대표작 ‘동행’이다. 2010년 청농은 봄을 맞아 이 작품을 썼다. 우리 서예계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상(賞)인 제35회 원곡서예문화상을 수상한 청농 문관효 예술의전당 서예아카데미 교수(60)가 한글날을 맞아 한글서예 작품전을 열고 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국미술센터(관장 이일영) 초대로 ‘세종의 얼을 담은 청농 문관효 한글서예전’이라는 타이틀로 개막된 이번 전시는 문 교수의 원곡서예상 수상 기념전이자, 회갑전이기도 하다. 오는 12일까지 계속될 개인전에는 작가의 삶과 예술에 대한 철학이 농축된 주요 작품 60여점이 망라됐다. 

청농 문관효의 한글작품 ‘동행’ 2010. 60×28cm(부분).
[사진제공=한국미술센터]

특히 3년에 걸쳐 쓴 ‘훈민정음 언해본’은 가장 관심을 모으는 작품. 백성을 지극히 사랑한 나머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며 4000자에 이르는 방대한 원문을 한 자 한 자 공력을 다해 쓴 작품으로, 가로 길이가 8m에 이른다. 이 작품은 문화체육관광부의 ‘2013 한글문화 큰 잔치’ 공모에도 선정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한글날 기념 행사(10일까지)에 가로 30m 크기로 확대돼 세종대왕상 옆에 설치됐다.

새로운 한글 서체를 개발해 국내 서예계 발전에 일익을 다하고 있는 문 교수는 훈민정음 해례본 가운데 세조 5년에 출간된 훈민정음 언해본을 기존의 한자 중심 문헌과는 달리 한글을 더 크게 앞세워 썼다. 작가는 “세종이 직접 쓴 ‘월인천강지곡’에는 한글이 더 앞에 나와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500년 넘게 이를 간과해 왔다. 세종의 참뜻을 살리기 위해 한글을 더 크고, 돋보이게 먼저 세웠다”고 밝혔다. 이번 초대전에는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되돌아볼 수 있는 다양한 한글 작품이 두루 출품됐다. 현대 서예의 참신함을 살린 ‘사철가’ ‘나태주의 풀꽃’ ‘물 흐르듯’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또 한글 작품을 생활속 예술로 소장하거나 즐길 수 있는 아트 상품도 전시돼 관심을 모은다. 청농의 ‘훈민정음 언해본’을 새겨 넣은 세라믹 찻잔 세트,‘동행’ ‘기쁨’ 등의 작품을 라벨로 사용한 ‘오디 와인’ 등이 출품됐다. (02)6262-8114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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