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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우커에게도 외면받는 중기전용 매장(히트500플라자)…백화점은 훨훨 나는데 중기매장은 파리만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지난 4일 서울 명동역 9번 출구 인근 중구 충무로 2가의 중소기업제품 전용매장 ‘히트 500 플라자(Hit 500 Plaza)’. 중국 국경절(10월 1일~7일)을 맞아 밀려드는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했지만 철저히 외면 당하고 있었다. 지난 5월 ‘우수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중소기업청과 서울시가 20억원의 매장을 투입해명동 상권에 1ㆍ2층 297㎡(90평) 크기의 점포를 낸 것으로, 지난 3개월간 총 매출은 5000만원애 불과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네 블록 가량 떨어져 있는 롯데ㆍ신세계 백화점과 강남권에 있는 현대백화점은 국경절 기간 동안 중국인 매출이 작년보다 최대 세자릿수 이상 급증한 것과 크게 대조돼 공공예산이 투입된 ‘히트 500 플라자’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오후 1시~4시까지 본지 기자가 확인한 ‘히트 500 플라자’ 내방객은 단 5~6명 정도. 인근 호텔에서 나온 듯 보이는 관광객 무리는 잠시 매장을 둘러보더니 별다른 물건을 구입하지 않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

비어있는 명동 중소기업제품 전용매장 내부와 한산한 앞 골목.

손님들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안내하기 위해 배치된 매장 직원들도 일손을 놓은 채 매대에서 거리를 내다봤지만, 매장이 자리한 골목길에도 호객행위를 할 만한 인파는 없었다.

매장 관계자는 “국경절 주간에 찾아온 손님은 50명 안팎으로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절대적인 숫자로 보면 명동 상권에서 그다지 많은 손님 숫자는 아니다”고 했다.

매장 직원들은 영업부진의 이유로 명동 외곽에 위치한 점포의 지리적 한계와 가이드 연계 영업의 부재를 꼽았다. ‘히트 500 플라자’는 지리적으론 명동 상권에 포함돼 있지만, ‘요우커’의 발걸음이 미치기엔 한적한(?) 곳에 있었다. 근처에 세종호텔이 있지만, 명동역 9번 출구 앞 블록은 동시 유동인구가 10명 내외에 그칠 만큼 썰렁했다. 

비어있는 명동 중소기업제품 전용매장 내부와 한산한 앞 골목.

충무로 2가에서 대형안경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곳은 복합 쇼핑시설도 없고 중심가와도 많이 떨어져 있어 사람 자체가 많지 않은 곳”이라며 “안경이나 화장품, 옷처럼 관광객들이 ‘계획쇼핑’을 할 만한 단일 상점을 여는 것이 상식인데 왜 이곳에 저런 매장을 열어서 세금을 낭비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형 여행사와 연계한 ‘옵션 영업’이 필수로 자리 잡은 명동 상권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는 영업부진의 이유다. 명동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80∼90%는 단체 관광객인데, 여행사 가이드가 이들을 데리고 와야지만 매출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중소기업제품 전용매장과는 달리 관광객들로 가득찬 명동거리와 상점들.

이에 대해 매장운영을 맡은 중소기업유통센터 관계자는 “명동 상권의 특성상 가이드와 연계한 영업을 고려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이 여행사가 요구하는 30% 정도의 수수료를 내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어 포기했다”며 “다만, 현재 ‘히트500 플라자’에 입점해 있는 홍삼브랜드 ‘한삼인’이 독자적으로 가이드 연계영업을 준비중이기 때문에 다른 제품들에도 홍보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권리금이 없고, 가게 임대비용이 5000~6000만원대로 그나마 적은 곳을 고르다 보니 현재의 위치에 매장을 열게 됐다”며 “근처에 관광호텔이 여러 곳 있어 충분히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고 매장 위치선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서울시티투어버스 가이드북에 5%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등 중소기업제품 전용매장 홍보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같은 시각, 중소기업제품 전용매장과는 달리 관광객들로 가득찬 명동거리와 상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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