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신차만 경쟁? 車업계, 신차보다 뜨거운 ‘폐차경쟁’
[헤럴드경제= 김상수 기자, 일본 아이치현 = 신동윤 기자]자동차업계가 때아닌 ‘폐차경쟁’에 뛰어들었다. 차량의 시작인 ‘신차’에차’ 뿐 아니라, 자동차의 마지막인 ‘폐차’에서도 치열한 기술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 친환경 바람을 타고 폐차가 각종 주요 부품을 재사용할 수 있는 ‘도시광산’으로 각광받기 때문이다. 폐차가 ‘자동차의 무덤’이 아니라 ‘부활’의 상징이 되고 있는 셈이다. 재사용 기술수준을 두고 국제적인 규제 수위도 높아지는 추세라 이제 차량 재사용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현대차와 도요타의 재사용센터 현장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뜨거운 ‘폐차 경쟁’을 살펴봤다.

▶현대차 폐차기술의 메카, 남양연구소 車재자원화센터 =“1t 트럭 중 50㎏을 뺀 나머지는 모두 재사용하고 있습니다. 부품 하나라도 더 재사용하는 게 바로 기술력입니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내 자동차재자원화센터 현장. 버튼을 누르자 “펑” 소리와 함께 에어백이 터지고, 이어 각종 오일을 제거하는 공정이 이어졌다. 각종 부품 제거 작업을 거쳐 거대한 프레스가 차량을 벽돌처럼 압축시켰다.

현대차 재자원화센터는 폐차를 앞둔 차량의 재사용 기술을 집중 연구개발하는 연구소이다. 현대차가 친환경차 개발뿐 아니라 폐차 시스템에도 친환경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우면서 이 연구소 역시 한층 손길이 분주해졌다. 자동차재자원화센터에 들어가자 곳곳에 널린 차량 부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저기 보이는 배터리가 신형 쏘울 전기차에 들어갈 부품입니다.” 또 다른 구석에는 수소연료차의 탱크도 보였다. 각종 신차가 테스트를 끝내면, 이곳으로 보내져 재사용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내 자동차재자원화센터에서 현장 직원이 차량 외장 부품 등을 제거하고 있다.

가장 먼저 거치는 게 에어백을 터뜨리는 폭발처리 공정이다. 버튼을 누르자 굉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터진 에어백 역시 재사용 과정을 거친다. 그 뒤로 각종 오일 등 액상류를 제거하는 공정, 내ㆍ외장류를 제거하는 공정, 파워트레인 제거까지 끝나면 차체 압축 프레스를 통해 차량을 압축시킨다.

점차 재사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설계과정에서부터 이 같은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다. 홍 팀장은 “연료 탱크만 해도 어느 위치에 구멍을 내야 쉽게 연료를 제거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최근엔 설계 과정에서부터 연료 제거 위치를 표시하도록 하는 등 재사용을 고려한 설계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차량을 분해할 때 쉽게 분해할 수 있도록 나사 등의 사용을 줄이고, 손으로도 쉽게 분리할 수 있는 ‘서비스홀’을 넣어주는 등 설계과정에도 재사용 요구사항이 대폭 반영되고 있는 추세이다.

현대차가 재사용과정에 집중하기 시작한 건 환경경영을 선포했던 2003년 이후부터이다. 그 이후 재사용센터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조직이 구성됐고, 현재 경영전략실에도 환경전략을 담당하는 조직도 생겼다.

현대차도 그 이후 재사용 기술 개발에 박차, 현재 200여건 내외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 폐차 대수 중 30%를 담당하는 걸 목표로 세우고, 폐차 재활용률도 95%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홍 팀장은 “도요타나 BMW 등이 자동차 재사용화에서 선두업체였지만 이제 현대차도 거의 기술력을 따라잡았다”며 “신차뿐 아니라 폐차에서도 친환경 기술의 선두업체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내 자동차재자원화센터에서 현장 직원이 차량 내 각종 오일을 제거하고 있다.

▶차량 먼지까지 재사용, 40여년 역사의 도요타메탈 = 일본 아이치현 한다시에 위치한 ‘토요타메탈’. 이곳은 폐기된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재자원화하기 위해 1970년 도요타가 설립한 회사다. 지난 2005년 이후 일본에선 모든 회사가 95% 이상의 자원을 재사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도요타는 40여년 전 설립한 도요타메탈을 통해 이미 지난 2007년에 목표치인 95% 재자원화율을 달성했다. 현재 99%의 자원을 재사용하고 있다. 매달 1만대 가량 폐차하는 이곳에서 재사용 과정을 거쳐 나오는 철만 해도 매달 4000t에 이른다.

특히 이곳 자원 재사용의 핵심은 폐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인 ‘자동차 슈레더 더스트(ASR)’조차 재사용하는 과정. 1993년 기술개발을 시작한 도요타는 1998년 세계 최초로 ASR을 재활용하는 데에 성공했다. 토요타메탈은 ASR 재자원화를 통해 알루미늄, 구리, 혼합금속류, 합성수지 등의 자원을 만들어내고 있다. 1㎏당 4000㎉의 열량을 만드는 고효율 연료로도 다시 쓰인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내 자동차재자원화센터에서 대형 프레스가 각종 부품이 제거된 차량을 압축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곳에 ‘자동차 리사이클 연구소’를 설립해 폐차 기술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영세 사업자에겐 재사용 기술을 무상으로제공하는 등 사회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타케시 시마무라 부장은 “하이브리드카 등 차세대차량의 사용 후 전지 등에서 나오는 희소금속류를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축적하고 있다. 미래형 친환경 차량 재사용 기술 개발에 모든 연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dlc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