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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마인 라이프 스타일…검투사 삶으로 엿보다
로마 검투사의 일생
배은숙 지음
글항아리
“로마시의 아이들에게는 거의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흡수한 것 같은 특별한 약들이 있는데 그것은 극장에서의 편파성, 전차 경주와 검투사 경기에 대한 열정이다.”

로마사가 타키투스의 말 그대로 연극과 전차 경주, 검투사 경기는 로마인들의 최대 엔터테인먼트였다. 검투사에 대한 본격적인 탐색이라고 할 ‘로마 검투사의 일생’(글항아리)는 로마인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검투사의 존재를 통해 로마의 라이프스타일을 재구성했다. 저자는 당시 로마인의 시각을 따라가며 검투사가 된 과정부터 경기를 관람하는 로마인들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재현해 2000년 전 시끌벅적한 원형경기장 안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검투사는 노예 출신뿐만 아니라 ‘자발적 거세’로 표현되는 자유민 출신의 검투사도 존재했다. 전쟁포로나 범죄자 출신의 검투사보다 싸움 근성이 강해 양성소 운영자들이 더 선호했다.

사회에서 더는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 택한 마지막 직업이었다. 여성 검투사들도 있었다. 이들이 양성소에서 무기를 휴대하는 것은 엄격히 통제됐으며 일상음식으로는 보리가 주식으로 제공됐다. 검투사 경기가 다가오면 거리의 벽이나 주요 길 옆 비석에는 경기를 알리는 광고가 새겨졌다. 경기개최 목적, 주최자, 경기 날짜, 경기 일정 등이 관중을 위한 시설 등이 새겨졌다. 이를 알리기 위해 홍보맨도 고용됐다.

검투사에게는 경기 전날 저녁, 최후의 만찬이 베풀어졌다. 일명 ‘자유로운 저녁’이다. 꿀과 양귀비 씨앗을 얹은 쥐 요리, 계란 노른자를 입혀 후추를 뿌린 메추리 새끼, 암퇘지의 젖통, 바다 전갈, 개똥지빠귀 등 진기한 요리와 포도주가 넘쳐났다. 만찬장에는 구경꾼들이 몰렸다. 죽음을 앞둔 이의 표정과 내기 배당금을 점쳐 보기 위해서였다.

로마인 이야기는 흔히 번역서에 의존해 왔다. 먼 과거, 남의 나라 얘기를 파고들 만한 여유가 그만큼 없었던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은숙 교수의 탐색은 교양도서의 글쓰기에 대해 지평을 넓혀 놓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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