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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언컨대, 세종의 한글창제는 역사적 사실이다
세종실록 등 풍부한 사료 근거
훈민정음을 둘러싼 오해 걷어내
1443년 창제이후 현재 이르기까지
유기체처럼 진화한 우수성 분석도


한글이야기
홍윤표 지음 / 태학사
한글은 5000년 역사에 가장 빛나는 창조적 문화유산으로 민족적 자긍심의 원천이다. 이런 생각과 달리 한글이 어떤 과학적 체계를 갖고 있는지, 한글 교육은 창제 이후 어떻게 이뤄져 왔고 서민들은 어떤 식으로 수용했는지 한글에 대한 앎은 사실 미흡하다. 수십년간 훈민정음과 한글을 연구해온 훈민정음 연구의 권위자인 서울대 김주원 교수가 펴낸 ‘훈민정음’(민음사)과 국어학자 홍윤표 전 연세대 교수가 펴낸 ‘한글 이야기’(2권)는 한글에 대한 바른 이해의 길잡이서로 삼을 만하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훈민정음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과 과장의 허울을 걷어내는 데 힘썼다. 1940년 안동에서 ‘훈민정음’의 원본이 처음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연구성과들을 바탕으로 저자는 한글에 대한 대
훈민정음
김주원 지음 / 민음사
중의 오해를 먼저 지적한다. 즉, ‘세종대왕은 우리말을 발명했다?’ ‘한글은 세계기록유산이다?’ ‘한글로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다?’라는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근거 없는 세 가지 오해를 풀어준다.

한글 창제의 주체에 대한 세간의 논란에 대해 저자는 ‘세종실록’을 비롯한 풍부한 사료를 근거로 세종이 창제한 사실을 못박는다. 세종은 오로지 백성이 제 뜻을 펴도록 하는 데 뜻이 있었다. 그렇다면 한글은 완전 무에서 창조한 것일까. 저자는 한글이 독창적인 건 사실이지만 당시 세종이 다른 문자를 공부하고 참고했을 것으로 본다. 중국의 성운학 이론의 영향, 모음자를 따로 표기한 파스파문자를 보고서 중성의 개념을 생각해 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훈민정음 탄생에 앞서 중국의 변방에서 생성되고 사라진 문자들을 분석한 것도 이 책의 특기할 만한 부분이다. ‘언문은 정말 한글을 낮춰 부르는 이름일까?’ ‘조선시대 중국어 학습 열풍’ ‘한글로 표기되어 중국 문헌에 실린 허균의 시’ 등 재미있는 꼭지들도 풍성한 사진자료와 함께 담았다.

홍윤표 교수의 ‘한글이야기’는 ‘훈민정음’이라는 한글의 처음 단계를 비롯해 띄어쓰기는 언제부터 시작됐고 한글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왔는지, 생활 속 한글과 놀이문화, 한글 전신부호와 한글 코드 등 한글이 어떻게 발전돼 왔는지 일일이 살폈다.

훈민정음 제작자와 관련, 학계에선 세종이 홀로 친히 만들었다는 설과 집현전 학자들의 협찬설이 있지만 최근엔 세종 친제설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집현전 신하들은 훈민정음 제작자로서가 아니라 ‘훈민정음 해례’ 제작자로서 참여했다는 게 김주원 서울대 교수의 설명이다.

1443년 한글 창제 이후 한글 교육은 1446년 한문본 ‘훈민정음’을 통해 처음 시작된다. 1527년 ‘훈몽자회’로 이어지다 언문 반절표 등 놀이를 통한 한글 교육으로 나아간다. 한글을 쓴 최초의 문헌은 흔히 세종의 ‘월인천강지곡’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자에 따르면 18세기 중기에 간행된 ‘천의소감언해’다. 한글이 쓰인 최초의 그림 ‘안락국태자전변상도’는 국어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다. 버선본에 소원 형태로 한글을 써넣은 버선본과 다듬잇돌, 시루, 술병 등 한글이 서민생활에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생활사로서의 한글을 탐색한 부분이 돋보인다. 유기체처럼 진화하는 한글의 다양한 모습을 900여 컷의 사진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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