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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 쓸어내린 동양 회사채 투자
“설마 금방 무슨 일이 있겠어? 열 달만 넣어뒀다가 바로 빼자.”

“아니야. 이렇게 고금리라며 자꾸 권유하는 거를 보니 그룹 사정이 좋지 않을 것 같아. 투자하지 말자.”

동양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30일 기자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동양 회사채에 투자하려다 주위의 만류에 막판에 그만뒀기 때문이다. 동양증권에서 고금리에 계열사 회사채라며 처음 투자 안내가 온 것은 지난 4월이다. 동양시멘트가 17회 채권을 발행할 때였다.

1년 투자할 경우엔 연 7.3%, 1년 이후 만기까지는 연 8.1%의 이자를 주겠다는 내용으로 판촉성 문자가 왔다. 회사채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건인 회사채 등급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대신 동양그룹이 한국전력과 제휴해 삼척에 국내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소 설립을 확정했다는 일명 호재성 재료만 나열해놨다. 이번에도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둘러 달라는 부추김 멘트까지 들어 있었다.

동양증권에서 이런 투자 안내가 온 것은 처음이었다. 주로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여윳돈을 넣어두는 용도로만 동양증권 계좌를 활용하고 있었기에 투자성향을 확인하는 투자자 정보확인서를 작성한 적이 없었고, 그렇다면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권유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자금 사정이 얼마나 안 좋아졌길래 고객들에게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투자를 권하나 싶었다. 이성적인 판단도 잠시였을 뿐 발행하는 회사채마다 완판은 물론, 경쟁률이 최고 3대 1이 넘게 나오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7월 들어 (주)동양 267회 회사채 청약 마감이 임박했다는 문자에는 정말 심각하게 투자를 고민했다. 10개월 확정금리가 연 7.6%로 매월 입금된다는 설명에 눈 딱 감고 열 달만 투자해 볼까 싶기도 했다. 역시 일반 개미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며 경쟁률은 1.4대 1을 기록했다. 이번 동양그룹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동양계열사도, 큰손들도 아닌 일반투자자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됐다지만 진정한 투자자 보호는 아직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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