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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괜찮다던 ㈜동양ㆍ동양시멘트 모두 법원 손으로… 산업은행 충당금 부담늘어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동양그룹이 5개 계열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산업은행의 리스크 관리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동양 계열사 일부에 여신이 있던 산은이 이번 사태를 방관하다 결국 법원에 주도권을 넘겨준 꼴이 된 탓이다. 산은은 동양그룹 사태에 대한 부적절한 판단으로 여신 동결은 물론, 부실에 따른 충당금도 쌓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2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지난달 30일 ㈜동양, 동양인터네셔널, 동양레저 등 3개 계열사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이어 1일에는 재무상태가 상대적으로 나은 동양네트웍스와 동양시멘트까지 법원의 손에 맡겼다. 이에따라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 중에 동양파워와 동양증권만 남게 됐다.

동양그룹 계열사가 줄줄이 법원으로 직행하면서 가장 황당했던 당사자는 바로 산업은행이다. ㈜동양과 동양시멘트에 총 4500억여원의 여신을 가진 산은은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이들 기업이 다른 계열사에 비해 재무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해 동양그룹 사태가 터졌을 때도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양과 동양시멘트의 부채비율은 각각 650%와 196%였다.

동양그룹 자금문제로 동양증권 창구에서 대규모 인출사태가 난 지난달 25일만 해도 산업은행은 ‘삼성자동차가 부실하다고 삼성전자까지 영향이 있나’는 논리로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에 대해 철저히 선을 그었다. ㈜동양이나 동양시멘트에 대한 공동관리 가능성에 대해서도 여지를 두지 않았다.

동양그룹 지배구조를 보면 동양레저→㈜동양→동양인터내셔널→동양시멘트→동양파워→삼척화력발전소 등으로 연결돼 있다. 동양레저나 동양인터네셔널이 부실화되면 그 사이에 낀 ㈜동양이나 동양시멘트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산업은행은 그룹의 지배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동양과 동양시멘트의 부채비율만 가지고 지원이 필요 없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그런데 그룹이 ㈜동양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내부 방침을 바꿨다. 남은 동양시멘트라도 살려보자는 취지로 채권단 공동관리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산은은 자율협약과 워크아웃을 두고 동양그룹과 협의에 나섰다. 하지만 동양그룹은 다음날 동양시멘트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산은이 1주일을 망설이는 동안 여신이 있는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모두 법원의 손에 맡겨진 것이다.

‘1주일의 망설임’ 결과는 참혹할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산은이 ㈜동양 및 동양시멘트에 빌려준 4500억여원의 여신이 모두 동결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이 정상화 혹은 매각될 때까지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받기 어렵다. 심지어 기업의 회생계획에 따라 일부 원금도 손실을 볼 수 있다.

또 당장 이들 기업의 여신에 대해 추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감독당국은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해당 여신을 ‘고정 이하’로 분류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고정 이하의 여신은 회수의문일 경우 50%, 추정손실일 경우 100% 등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다만 산은이 보유한 동양그룹 여신이 대부분 담보가 있는 만큼 예상보다 필요한 충당금이 적을 수 있다. 감독당국은 담보 여신은 회수 예상가액의 20%만 쌓도록 지도하고 있다. 산은은 동양그룹 여신의 20~50%만 충당금을 쌓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동양그룹 여신은 은행에서 주로 돈을 빌리는 다른 기업들의 여신과 성격이 다르다”며 “여신 규모가 작고 재무상태가 악화되지 않더라도 그룹이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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