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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총수 잔혹사들, 재계 곳곳 투자 브레이크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온전한 회장님이 별로 없어요. 이거 참, 잘잘못을 떠나 기업으로선 사기가 추락할 수 밖에 없는 총수 수난시대인 것은 분명합니다.”(전국경제인연합회 임원)

‘2013 총수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다. 검찰 수사와 재판, 유동성 위기 등으로 많은 총수들이 상처를 입고 있다. 아니, 상처 정도가 아니라 선혈이 낭자하다. 경제민주화의 거센 흐름 속에 ‘공정’와 ‘법치’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잘못을 했다면 벌을 받아야 하고, 경영을 잘못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지만, 재계 속내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주요그룹을 보면 현재로선 흠집이 날대로 났다. 최태원 SK 회장은 2심에서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김승연 한화 회장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은 됐지만 여전히 ‘영어의 몸’이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분식회계 의혹을 받으며 출금과 함께 검찰 수사를 코앞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샐러리맨의 신화’에서 추락한 강덕수 STX 회장,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현재현 동양 회장의 모습에서도 심각한 경영 리더십의 훼손을 엿볼 수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문제는 이같은 일련의 ‘총수 잔혹사’와 맞물려 경제살리기 동력인 기업의 투자에 속속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SK그룹은 석탄발전회사인 STX에너지 인수를 포기했다. 투자금이 1조원에 달하는 매물을 총수의 결단없이는 진행될 수 없어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는 것이다. 오너의 장기 부재가 낳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다.

SK그룹은 장기간 총수 없이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체를 가동 중이지만, 당분간 투자활동엔 차질이 예상된다. 최 회장이 주창한 글로벌에너지 사업은 이미 탄력을 잃은지 오래다.SK는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면서도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증인채택 없이 2심을 강행한 것과 관련한 다양한 대응 논리를 마련하면서 대법원 상고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했지만 김승연 회장의 앞날도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한화의 오너 장기부재 후유증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한화는 투자나 고용에 적극적이지 못한채, 해외사업이나 신성장 태양광사업에서도 당초의 의욕적인 시나리오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효성도 조석래 회장의 검찰 수사가 임박했다는 얘기들이 돌면서, 투자나 고용보다는 ‘오너 리스크’ 제거에 전념할 수 밖에 없는 흐름속에 빠졌다. 글로벌 화학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일련의 프로젝트가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선장을 잃고 채권단 ‘입’만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된 STX,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매일 매일 고비에 놓인 동양 역시 당장의 ‘보전’에 급급한 처지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일부 오너의 수난과 경영 위축과 관련해 대응책이 있어야 한다는 공통 목소리를 내곤 있지만 뾰족한 답은 없어 답답해 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오너라도 경영 과정에서 위법이 있다면 당연히 엄정한 법의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은 이견이 없다”며 “다만 대한민국 경제와 기업을 이끌어온 주춧돌 중에서 ‘오너 경영’을 배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총수들의 잇단 수난이 기업경영 위축과 투자 철회로 이어지는 분위기는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10대그룹 임원은 “경제민주화란 거대한 물결 속에서 과거의 불공정한 관행을 근절하는 분위기 속에 오너들이 더 엄격해진 법의 심판 앞에 놓여진 것은 사실”이라며 “투명경영과 자정 노력으로 기업이 과거의 뿌리깊은 불신에서 벗어나는 길 밖에 활로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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