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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어공주'는 슬픔을 폭로하고 있다
동화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
[북데일리] 영화 ‘방자전‘이나 ’백설공주‘, ’빨간망토‘처럼, 전래동화를 새롭게 재해석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 이유는 동화 속에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화독법>(이봄. 2012)은 서양의 전래동화부터 우리나라의 동화, 그리고 성서 이야기까지 기존의 동화를 뒤집어 재해석해 주는 책이다. 저자 김민웅은 목회자이며, 성공회대 교수이다. 그는 <미운 오리 새끼>, <신데렐라>, <심청전>을 통해 반전의 주인공들을 소개하고, <바보 이반>, <솔로몬 왕의 지혜>, <바보들의 나라 켈름>이라는 작품으로 권력을 잡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동화가 품고 있는 권선징악의 교훈 외에 “모른 척 하면서 슬며시 담아낸 현실의 긴장과 역사적 생동감”에 주목했음을 밝혔다. 그를 통해 “보통 사람들의 치열하고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동시에,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첫 번째 동화는 안데르센의 자전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는 <미운 오리 새끼>다. 우연히 오리들 틈에 끼어 태어난 아기 백조가 주변의 놀림을 받으며 자라다가, 사실은 자신이 우아한 백조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줄거리다. 이 동화에 대한 그의 해석은 이렇다.

“미운 오리 새끼는 현실이 낙오자, 또는 열패자로 취급하는 이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이런 이들의 재능과 진실을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의 시선이라고 반격합니다. 또한 본래 백조인 존재를 몰라보고 괴롭히며 멸시하고 추방한 세상을 향한 보복과 과시이기도 하지요. 봤지? 나 백조야!” (p.49~p.50)

헌데 책에 따르면 몇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우선 백조는 높고 오리는 낮은 신분으로 설정되어, 신분의 위계질서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게 된다는 것. 이는 대단히 차별적인 세계관이다. 또한, 미운 오리 새끼가 자신이 백조라는 것을 깨우치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렸어야 할 존재는 자신을 품어주고 알에게 깨어나게 해준 엄마 오리가 아닐까. 하지만 그는 자신이 백조가 되었다는 것만으로 그저 행복하다. 의식의 발전이 일정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자기처럼 다른 누군가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했다거나, 어려운 시절에 구원 받은 것을 잊지 않고 누군가를 구하는 희생적인 선택을 통해 자기가 누구인지 발견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더욱 감동적이지 않았을까요? 그게 바로 백조의 우아함과 품격이 갖는 진정한 뜻이라면,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된 의의가 있지 않을까요? 부디 겉모습만 백조처럼 되려 하지 말고 어떤 내면을 지닌 백조가 되려는지, 그런 백조가 되면 이 세상은 얼마나 더, 함께, 행복해지는지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55)

이어 저자는 <인어공주>를 통해 “여성의 성적 정체성과 그 적극적 실현 그리고 사랑의 진실이 억눌리고 외면되는 현실의 슬픔을 폭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더 나아가 “고통과 좌절의 상흔으로 비틀거리던 영혼이라도 그 안에 화해와 평화, 치유와 생명의 기력을 품고 다시 일어설 때 세상의 기운은 변해갈 것”이라고 전한다.

<토끼전>에서 “토끼는 용궁의 안락과 권세에 취해 제 간을 내주는 줄도 모르고 사는 자들과 구별되는 존재”다. “토끼처럼 이탈하는 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래서 용궁의 실패가 쌓이면 쌓일수록 세상은 좋아”진다. 즉, “인생과 역사도 미미한 것처럼 보이는 속도와 힘으로 밀고나가는 가운데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 외, <이솝 우화>에서는 ‘개미와 베짱이’, ‘양치기 소년과 늑대’, ‘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세 편이 소개된다. 저자는 자신이 다시 쓴 이야기를 덧붙여, 어떻게 우리의 생각이 변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그는 동화나 민담들이 어린아이들에게 바람직한 삶을 보여주는 기능을 넘어서, 어른들도 보다 정밀하게 읽어나가면 많은 깨우침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를 통해 새로운 상상력과 통찰력이 더해지는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단순히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저자와 토론을 하듯 비판적인 시각도 키울 수 있다. 동화를 통해 다양한 생각을 키울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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