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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기업의 독서경영, ‘조직 화합’ㆍ‘생산성 강화’ 다 잡았다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기업에 ‘열독(熱讀)’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 부터다. ‘돈만 잘 벌면 된다’며 수치에 집착하던 기존의 경영 방식이 글로벌 금융위기 등 각종 악재와 위기 속에서 힘을 잃자 인재를 양성하고 조직 화합을 이뤄 기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선 다른 묘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졌다. 당시 기업들이 붙잡은 동아줄이 바로 독서경영이었다.

물론 한 때 이벤트로 끝난 기업들도 많지만 꾸준히 ‘열독 바람’을 이어온 기업들은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사내 독서모임이 활발해지면서 조직 화합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직원들 간의 소통도 늘었다. 책을 통해 직원들의 사고의 폭이 넓어져서인지 노동생산성도 동시에 늘어나는 실질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자발적으로 책 읽고 토론…소통 늘고 조직 결속력↑= 포스코(POSCO)는 2011년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독서경영 3.0’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직원들의 독서를 장려했다. 인문학에 조예가 깊은 정준양 회장이 앞장섰다. 부서별 평생학습시간을 이용해 사내외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쳐 선정된 ‘포스코패밀리 권장도서 100선’에 대한 독서강의를 지원하고 독서활동을 하도록 했다. 부서마다 독서코치를 정하고 모임을 만들어 독서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2년이 지나 현재는 회사 차원의 프로그램은 없지만 독서모임은 지속되고 있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모임 활동을 지속하며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이어가는 셈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무녀리’라는 이름의 독서모임을 10년 째 운영하고 있다. 2003년 시작된 이 모임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꾸려온 독서토론 모임이다. 3주에 1회씩 점심시간을 활용해 도시락을 먹으며 미리 읽어온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을 진행한다.일반 사원부터 임원까지 다양한 직급들이 모인다.

애경산업도 지난 2007년부터 전 직원의 독서 현황을 종합하는 ‘주니어 보드’ 조직을 설치하는 등 독서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독서왕을 선발하고 유명 저자 특강을 유치하는 등 직원들이 독서를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직원들은 책을 바탕으로 토론을 할 뿐만 아니라 서로가 읽은 책을 교환하기도 한다.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그와 동시에 조직 결속력도 커진다는 게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위기의 기업 살리는 ‘구원투수’ 역할하기도=조직문화 개선을 넘어 독서경영이 기업의 수익 개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완구, 의류, 신발용 원단을 생산하는 경은산업은 경영 적자, 섬유산업 침체, 품질 불안정 등으로 존립이 힘들어지자 2007년부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2009년에는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을 위해 ‘학습’과 ‘독서’라는 카드를 꺼냈다. ‘회사 폐업때까지 학습과 독서는 지속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직원들에게 ‘학습조’활동을 격려했다.

이후 경은산업에 괄목할만한 변화가 생겼다. 원가절감, 노동 효율향상 등 전혀 생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다. 2009년 133억원이던 매출액이 2012년에는 190억원으로 늘어났다. 당기순이익은 적자에서 흑자전환했고, 1인당 노동생산성은 35% 늘어났다.

뚝심있게 지켜온 독서경영의 원칙이 위기의 순간 빛을 발한 셈이다. 경은산업은 최근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2013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 인증’을 받기도 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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