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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력 키우고 품질 높이니 주문이…”
5년 만에 흑자 전환…포스코 해외 M&A 1호 ‘포말’ 의 성공비결
4년 연속 적자 청산위기 탈피
올상반기 판매량만 15만5000t
거래사도 102개로 3배이상 급증

품질향상 · 원가절감 경쟁력강화
지문 안묻는 내지문강판 생산
소니등 日업체에 수출…업계1위로


[포트클랑(말레이시아)=박수진 기자] 포스코의 첫 해외 인수ㆍ합병(M&A)은 2008년 이뤄졌다. 말레이시아 전기아연도금강판(EG) 생산업체인 MEGS를 인수해 포스코 말레이시아법인(포말)이 탄생했다. 포스코베트남과 더불어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가공→품질 서비스에 이르는 ‘철강 공급 밸류 체인’을 구축한다는 포부였다.

이후 만 5년이 지났다. 녹록치 않은 시간이었다. ‘첫 해외 M&A’라는 영광의 출사표는 적잖은 위기를 거치며 빛을 바랬다. 2008~2011년까지 4년 연속 적자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포스코의 ‘애물단지’로 전락 했다. ‘청산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렇게 ‘포스코 1호 해외M&A’는 실패로 끝나는 듯 했다.

미운 오리 새끼가 화려하게 날갯 짓을 시작한 건 지난 해부터. 적자 행진를 뒤로하고 지난 해 최초로 흑자를 냈다. 인수 직후 영업 적자 1000만 달러에서 5년 만에 18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순이익도 150만 달러 적자에서 140만 달러 흑자로 전환됐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동시에 흑자를 기록한 것은 인수 후 처음. 판매량도 4만3000t에서 지난 해 16만1000t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올 해는 상반기에만 15만5000t을 판매했다.

지난 13일 화려한 비상 중인 포말을 찾았다. 2008년 인수 후 현지 공장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약 60㎞를 차로 달리자 포트 클랑(port klang) 인근 공단 지역에 자리한 포말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장에 들어서자 분당 60m의 속도로 움직이는 생산 설비 사이로 냉연코일이 쉴 새 없이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폭 125㎝의 냉연코일이 용접을 통해 꼬리를 물며 약 3000m 길이로 이어졌다. 물, 염산, 황산으로 2~3차례에 걸쳐 기름과 녹을 씻어내는 세척작업이 끝나자 코일에 전기를 흘려보내 아연을 압착시키는 도금 작업이 진행됐다. 이어 도장 작업을 위해 인산염을 이용한 표면 처리를 마치고 지문이 남지 않는 강판(내지문 제품)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내지문용액을 롤(roll)을 이용해 양면에 골고루 바르고 건조 작업이 완료되자 내지문 강판이 완성됐다. 지문이 묻어나지 않는 내지문 강판은 삼성, 소니, 파나소닉 등 글로벌 가전업체에 팔린다. 포말의 수익성을 높이는 1등 공신이다. 

포스코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냉연코일에 아연을 압착시킨 전기아연도금강판(EG)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제공=포스코]

5년 만에 침체기를 벗어난 포말 공장은 생동감이 가득했다. “주문량이 늘어 납기 전까지 제품을 보관할 창고가 부족”한 경우도 생겼다. 신규 수주 활동도 활발하다. 이날 김지용 법인장은 일본 가전사와의 신규 계약을 위해 일본 출장 중이었다.

현지 직원들에게 포말의 비상이 가능했던 이유를 묻자 한 목소리로 ‘기초체력’을 꼽았다. 적자 기조 속에서도 ▷품질 강화 ▷제품 다양화 ▷원가 절감 ▷시장 개척 ▷재무구조 개선 등의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것. 조응래 포말 관리부장은 “신규 시장에서는 최소 5년 이상은 지나야 가시적인 성과가 날 수 있다. 전제조건은 기초체력 강화다. 그래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포말은 지난 5년간 기초체력 강화를 통한 준비 작업을 해온 덕분에 지난 해부터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규 설비 투자 등을 통해 품질 강화에 나서면서 최대 수요처인 일본 가전사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말레이시아 전기아연도금강판 수요의 80%는 가전제품이고 그 중 65% 이상이 일본계 제품이다. 2008년 인수 당시만 해도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가전사에 납품을 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들의 까다로운 품질 자격 요건을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장에서도 포말 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가 낮았다.

하지만 지금은 독보적인 업계 1위다. 고객사도 2008년 35개에서 지난 해 102개까지 확대됐다. 일본 철강업체인 신일본제철(NSC)이 로컬 업체 이갈브(E-GALV)를 인수하며 바짝 추격에 나서고 있지만 포말은 판매량이 2배 이상 앞서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우열 포말 영업부장은 “일본 바이어를 오늘 만난다고 하면 가시적인 결과는 몇년 후에나 나온다. 품질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인증을 받더라도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경쟁사보다 좋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사가 원하는 용도에 따라 강판의 두께를 다양화 하는 작업도 꾸준히 이뤄져왔다. 정확한 납기와 확실한 애프터서비스 등을 앞세우며 고객 서비스를 강화한 것도 전략이 됐다. 말레이시아 정부와의 지속적인 신뢰 관계 구축을 통해 5년 연속 면세권을 획득하며 관세 없이 국내 원자재를 수입해온 것도 큰 도움이 됐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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