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할 때 어디서 영감을 주로 받나.
▶새 아이디어는 기존의 문맥을 비틀 때 나온다. 여행은 큰 도움이 된다. 다른 문화권에서 사람들이 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탐구하다 보면 불현듯 영감이 떠오른다. 다른 문화권의 생각이라고 해서 우리 문화권과 전혀 다른 건 아니기 때문이다. 과학이나 역사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다. 내 아이디어 중 다수는 과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옛 선현들의 아이디어를 돌아보면서 영감을 받는 경우도 많다.
-IDEO의 직원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질은 뭔가.
▶우리 회사는 T자형 인재를 추구한다. T자형 인재는 2가지로 특성화된다. T의 세로 부분은 창조적인 과정에 공헌할 수 있는 각자의 기술과 지식의 깊이다. 어떤 분야에서건 전문가적 자질을 갖춘 인재다. T의 가로 부분은 협력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이다. 즉, T자형 인재는 깊이도 있고 폭도 넓은 사람들이다. 또 업무 중 생기는 모호함도 편안히 여길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IDEO에서 인생을 좌우하는 문제에 숱하게 매달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느끼는 좌절감과 불안함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은 필수다.
-창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더들이 가져야 할 자질은.
▶창조적인 기업에는 그 기업을 어떻게 차별화해야 할 지 아는 리더들이 있다. 그런 리더라면 다음 제품이나 다음 기술이 무엇이 될지,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볼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화를 의도적으로 만드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이런 문화는 직원들이 호기심을 갖고 제멋대로 실험해보는 공간이 있어야 나온다. 직접 세세한 부분까지 지시하는 리더와는 상반되는 방식이다.
-디자이너들이 가져야 할 역량은.
▶디자이너들은 긍정적이고, 협업을 좋아하며, 아이디어 발전소가 돼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는 현상에 대해 주의깊게 관찰하고 개선할 부분을 찾아 행동에 옮겨야 한다. 디자이너는 세상의 어떤 공정이나 현상도 재검토의 대상이 된다는 걸 안다. 첫 번째 아이디어가 좋았다고 안주하면 안 된다. 첫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계속 끊임없이 실험해봐야 한다.
-디자인이 미래에 어떤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나.
▶디자인이 가장 기본적 욕구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앞으로 디자이너들이 이렇게 계속 스스로에게 자문했으면 한다. “어떻게 하면 내 디자인이 이 도시를 더 안전하고 생산적이며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할까?” “어떻게 하면 내 디자인을 통해 하루 생활비가 2달러50센트도 안되는 세계 30억명이 음식과 옷,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을까?” “지구상의 자원을 내 디자인을 통해 수십억 인구에게 어떻게 균등하게 배분할 수 있을까?”.
-한국 기업들과 작업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한국 기업들은 상당히 글로벌한 마인드를 갖고 세계적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헤럴드디자인위크를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한국 기업과 디자인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세계 각국에서 어떤 디자인이 호응을 얻는지를 살펴보는 건 결국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세상이 변하면 디자인도 변한다. 우리는 지금 재정적, 기술적, 사회적, 환경적 측면에서 전대미문의 시기에 살고 있다. 이런 시기에 나오는 21세기의 디자인 또한 전과 아주 다를 것이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