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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DSR이다>명장은 달라도 다르다, 가슴으로 디자인하는 팀 브라운
팀 브라운의 디자인은 어떤 철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을까. 팀 브라운이 2008년 6월 경영전문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글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는 그의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는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엑셀이나 회계도 잘 모른다. 그러나 나는 경영과 디자인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경영자들이 디자이너처럼 세상을 읽는다면 제품은 물론, 서비스, 공정, 전략을 개발하는 방식까지 완전히 바꿀 수 있다.”

기존 MBA식 경영이론은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한 뒤 신중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유도한다. 팀 브라운의 방식은 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아이디어가 있을 때 망설이지 말고 프로토타입(아이디어를 구체화한 미완성제품)부터 손으로 만들라”는 것이 그만의 방식 핵심이다. 이때 그가 강조하는 바는 ‘디자이너로서 제품의 껍데기 치장에 그치지 않고 제품의 본질을 파고들라’는 것이다.

그는 520명 가량의 IDEO 직원들에게 “예측 가능한 디자인을 버리고, 보이지 않는 욕망의 본질을 디자인하라”고 강조한다. 이는 그가 신입 산업디자이너로서 겪은 시행착오와 좌절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사회생활 초기 팩스 디자인을 의뢰받은 그는 이미 핵심 개념이 세워진 제품의 껍데기를 말끔하게 입히는 임무를 맡았다. 이 작업에 혼신을 기울인 브라운은 그가 디자인한 이 제품이 수명이 짧은 전자제품의 특성상 1년 반만에 시장에서 사라지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미적으로 뛰어나고 보다 편리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후부터 그는 제품의 본질을 파고들었다.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고객이 가슴으로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했다. 그의 고민은 현실에서 결실을 맺었다.

지난 2000년 IDEO가 미국 ABC방송 뉴스쇼 나이트라인으로부터 “현대 소비자를 위한 쇼핑카트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고 내놓은 새 카트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6개의 탈부착 가능한 바구니와 2개의 컵홀더를 단 카트를 찾는 사업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자전거를 타던 기억에서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실에 착안해 비싸고 기능이 많은 자전거가 대세인 오늘날 오히려 기본 기능에 충실하고 고장이 잘 나지 않는 복고풍 ‘코스팅 자전거(Coasting Bicycle)’를 만들어내 시장의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까다로운 자전거를 쉬운 자전거로 변화시킨 결과였다.

팔걸이 책상 때문에 수십년간 변하지 않던 교실배치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신개념 학생의자 노드체어(Node Chair)를 글로벌 가구기업 스틸케이스와 함께 만들어내 수업형태에 맞는 다양한 교실배치가 가능해졌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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