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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산(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호)의 꿈’ 담긴 전경련빌딩 새 호적에 오르다
23일 행정준공 완료…회원사 입주 임박
현대건설 ‘아산숨결 잇기’ 손해감수 시공
재계 ‘심기일전…기업가 정신 부활’기대

13~17대 다섯차례나 회장 역임
79년 사재털어 ‘한국경제 산실’ 마련
박정희 대통령 휘호석 등 흔적 곳곳


현대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호 아산)이 지난 1977년 제13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았을 때다. 전경련은 당시 변변한 건물이 없었다. 아산은 매우 아쉬워했다. “우리나라 경제계를 대표하는 산실인데 내로라하는 집(건물)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 중화학 육성 차원에서라도 건물이 필요하다.”

1979년, 그래서 전경련 빌딩(구 건물)은 준공됐다. 아산이 사재를 털어 마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현대건설의 인력과 자재가 아낌없이 제공됐다. 전경련의 ‘옛날 집’은 이렇게 탄생했다.

아산은 이 집에서 13대부터 17대까지 다섯 차례나 전경련 회장을 역임하며 한국경제사의 그림을 그렸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휘호석도 받았다. 휘호석엔 ‘창조(創造), 협동(協同), 번영(繁榮)’이라는 친필이 새겨졌다. 창조경제, 창조경제 하는 시대에 35년 전 전경련 건물 휘호석 첫 번째에 ‘창조’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오늘날 돌이켜 보면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다.

‘정주영의 꿈’이 담긴 전경련 빌딩이 새로 호적에 등재됐다. 전경련은 구 건물을 허물고 여의도 같은 자리에 신축 건물을 지었다. 이 새 빌딩이 23일 서울 영등포구청으로부터 행정준공을 받았다. 행정준공은 행정적으로 등재가 완료된 것으로, 사람으로 치면 호적에 올려진 것을 의미한다. 전경련은 25일 마지막 빌딩 관련 건설위원회를 열고, 내부 마무리 완벽 공사를 거쳐 11월 중순께 입주한다.

아산 정주영의 숨결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전경련 새 빌딩의 전경. 아산이 생존해 있었더라면 누구보다도 애정을 가졌을 건물이다. 지상 50층의 타워동, 지상 4층의 포디엄동, 지상 2층의 주민동으로 꾸며진 건물은 앞으로 새 시대 재계의 사랑방이자, 산실을 추구한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전경련 새 건물은 물론 조석래 전 회장 때 시작했고, ‘허창수호(號)’에서 끝냈기에 전ㆍ현직 체제인 그들의 작품이지만 아산의 소망과 철학은 여전히 깃들어 있다는 평가다. 기업가 정신이 담긴 옛 휘호석이 새 건물 앞 마당에 자리하는 등 아산과 관련한 체취는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공사기간 38개월이 걸린 전경련 신축 빌딩은 지하 6층, 지상 50층으로 최첨단 건물을 지향했다. 국내 처음으로 시도된 케이블 넷월(Net Wall) 방식, 3차원의 입체 필름유리, 이탈리아산 대리석, 신기술 파이프 트러스(Truss) 등 첨단 공법이 총동원됐다.

새 빌딩 시공 역시 현대건설이 맡아 마무리함으로써 아산의 숨결이 이어지는데 일조했다. 신축공사 현장소장을 맡아 대역사를 끝낸 조근훈 현대건설 부장은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높은 뜻이 담겨 있는 전경련회관이니 만큼 정말 정성을 다해 시공했다”며 “정 명예회장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잘 지었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대건설은 신축공사에서 건설업체 이문으로만 따지만 손해보는 장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첨단 공법을 동원한 난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초과투입을 해야 한다고 본사를 설득했고, 이에 본사 차원에서 어느 정도 손실을 감수키로 하고 강행한 것이다. 다만 초과투입분이 점점 커지다 보니 예상보다도 막대한 적자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조 소장은 “현대건설뿐만 아니라 하도급성 발주처도 많이 있는데, 상생 차원에서라도 손해액을 좀 줄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휘호석.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어쨌든 전경련은 조만간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전경련은 입주식 때 박 전 대통령과의 깊은 인연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새 빌딩 입주를 시점으로 심기일전하겠다는 분위기다. 회원사는 기업가 정신이 실종됐다고 곱잖은 시선을 받는 상황이고,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경련은 경제민주화 시대 파고 앞에서 새 어젠다를 내놓지 못하고 회원사 이익 대변에만 급급하다는 일각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흐름을 타파하고, 재계단체의 맏형으로서 리모델링하겠다는 것이다.

아산의 땀과 체취가 묻어나오는 전경련 빌딩. 거기에 입주하면서도 경제민주화 앞에서 전경련이 고민하는 모습과 함께 주춤하는 분위기가 있다면, 그리고 아산이 그걸 봤더라면 이렇게 말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이봐, (어떻게든 뚫으려고) 해 보긴 해 봤어?”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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