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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노숙 체험동행> 한가위 밤은 고요하지 않았다...보이지 않는 것과의 동침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누가 밤이 고요하대?”

한가위 보름달이 도심을 밝혀주던 추석 명절, 천막에서 이날 밤을 지새운 후 아침인사를 건네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한 말이다. 전날 밤 10시. 민주당 당직자들이 천막 가장자리의 기둥과 기둥 사이에 울타리처럼 휘장을 두르기 시작하자 비로소 ‘노숙의 밤’이 깊어지기 시작한다. 김 대표의 노숙은 25일째, 천막당사는 51일째로 접어든 밤이었다.

낮에는 프레스룸으로 쓰였던 공간에 1인용 간이 침대와 이불이 들어오면서 ‘간이 침실’로 꾸며진다. 한쪽 구석으로 밀린 책상 사이로 간이 침대가 놓인다. 눅눅한 이불을 펼쳐 간이 침대 위에 펼쳐 놓으니 10분도 되지 않아 잠자리가 마련됐다. 침대 머리 맡에 전자 모기향을 두는 건 필수다. 모기가 많았던 이날은 발밑에도 모기향을 피워놨다. 그런데도 종을 알 수 없는 ‘벌레’와의 사투는 밤새 이어졌다. 가려움 때문에 내내 잠을 설쳤다.

민주당 국회의원과 보좌관, 그리고 비서실과 공보실 당직자까지 합하면 평균 하루에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천막당사에서 노숙을 한다. 노숙조가 짜여져 있어 돌아가면서 천막당사에서 잠을 청하는데, 검은색 반팔 티셔츠와 통이 넓은 하늘하늘한 검은 긴 바지를 입은 김 대표의 폼이 청바지를 입고 잠을 청하는 노숙 초보자(?)와는 사뭇 다르다.

침대방을 만들고 나면 휘영청 밝은 보름달빛 아래 천막에서 밤을 지새우기 위한 각자의 준비들이 이어진다. 간단히 세면을 하기 위해 근처 공용화장실로 향하는 사람들, 삼삼오오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람들, 책상 끝머리에 앉아 조용히 책을 펴는 사람들. 김 대표는 보통 노숙을 하는 다른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회의 자료를 훑어보거나 기사를 챙겨보는 편이라고 한다. ‘일’ 때문에 읽을 거리가 많아서인지, 정작 “책 읽을 시간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자정 무렵 천막 내 불빛이 꺼졌다. 눅눅하지만 그래도 밤새 추위를 녹여줄 이불을 끌어다 덮으며 잠을 청하려 했지만 쉬이 잠이 오지 않아 한참동안을 뒤척여야 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취객이 천막 근처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밤새도록 쉴새없이 도로 위를 달려나가는 자동차의 소음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귓전에 윙윙거리는 벌레소리에도 마땅히 퇴치할 방법이 없어 그저 몸을 뒤척이는 정도로 견뎌내야만 했다. 긴 바지에 긴팔 티셔츠, 바람막이 점퍼까지 껴입고 누웠지만 싸늘해지는 밤공기에 몸이 한껏 으슬으슬해져 잔뜩 웅크린 채로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새벽 4시쯤이었을까. 가까스로 잠에 드는가 싶었는데 희미한 여명과 누군가의 부스럭 소리에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다. 김 대표를 비롯한 노숙조 당직자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신문과 SNSㆍ네티즌 반응, 민주당 지지자들의 피드백을 체크하면서 아침인사를 건넨다. 이윽고 이불을 개고 간이 침대를 접어 천막 구석에 밀어 넣는다. 한쪽 구석에 밀어두었던 책상을 다시 제 위치에 배치한다.



천막 기둥 사이를 울타리처럼 휘두른 휘장을 걷고 천막에 내걸었던 ‘노숙 25일째’ 날짜에 하루가 더해져 ‘노숙 26일째’로 바뀐다. 천막당사의 주변 정리가 마무리 된 오전 7시 무렵, 함께 노숙한 일행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뜨끈한 국물로 속을 채우고 싶은 마음에 북어국집으로 향했지만 문 닫은 국밥집 간판을 뒤로하고 아쉬움 속에 햄버거 가게로 발길을 돌렸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눈이 부시도록 밝은 아침 햇빛이 천막 당사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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