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무근일땐 靑·여권 치명적 내상
野 ‘정치 공작설’등 거센 압박 후폭풍도
靑 - 與 - 野 3자회담 핵심쟁점으로 급부상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재판도 관심집중
‘채동욱 사태’의 공은 다시 채동욱 검찰총장에 돌아갔다. 윤리 문제와 사퇴 압박, 도덕성과 정치공작의 논란에서 결국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채 총장이 친자 확인을 위한 유전자검사에 응하는 데서 풀릴 수밖에 없게 됐다.
청와대도 일단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고,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던 평검사도 채 총장의 결정을 촉구하며 관망에 들어갔다. 하지만 유전자검사가 성사되더라도 사퇴 압박을 둘러싼 정치공방과 검찰 중립성 문제 등은 두고 두고 논란거리가 될 공산이 크다. 특히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회담에서 이 문제가 깊숙이 거론될수록 ‘채동욱 사퇴’의 후폭풍은 훨씬 더 커질 수도 있다.
▶채 총장 유전자검사 성사 여부가 최대 분기점=채 총장이 유전자검사에 진짜 응할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채 총장은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유전자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 총장은 사실상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지만 검찰총장직을 수행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사태로 청와대와의 사이가 벌어질대로 벌어졌다. 유전자검사는 개인의 명예회복 차원으로 중요성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억측과 풍문, 정치공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채 총장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퇴압박에 방점을 찍고 있는 민주당에서조차 “당사자가 동의해 객관적인 유전자 감식을 통해서 (진실규명을) 해야지, 법무부에서 유례없는 감찰 지시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만약 ‘혼외 아들’이 사실로 확인되면 채 총장 본인은 물론이고 검찰조직은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반대로 사실무근으로 확인되면 청와대와 여권은 치명적인 내상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정치공작설로 청와대와 여권을 압박할 게 확실하다. 임모 여인과 그 아들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언론사에 흘러갔는지를 두고 ‘민간인 사찰설’이나 ‘공작설’을 제기할 수도 있다. 현 정부 들어 권력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검찰 공안통과 군출신 인사에 대한 퇴진압력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윤리적인 문제이지 검찰의 독립성의 문제가 아니다”며 만약에 있을지 모를 정치적 후폭풍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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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표를 반려한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의 태극기와 검찰 깃발 아래로 적색 신호등이 켜져 있다. 채 총장이 사의를 번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당분간 길태기 차장을 중심으로 한 대행 체제로 검찰 지휘부가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3자회담 쟁점으로…판은 커지고=16일 열리는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담은 채 총장 사태로 그 무게가 더욱 무거워졌다. 당초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에 쏠렸던 회담 의제에 채 총장 사태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회담에 앞서 “국정원 정치개입과 검찰의 축소수사가 은밀한 공작이면 검찰총장을 몰아낸 것은 국정원 진상규명과 책임자의 처벌을 피하기 위한 공개적이고 비겁한 국기문란”이라고 불을 지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채동욱 사퇴파동’을 3자회담에서 다루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의제를 우리가 제한한 적이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민주당의 문제 제기를 피하지 않을 뜻임을 드러낸 셈이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가 재판이 진행 중인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적용된 ‘선거법 위반 혐의’는 대선의 정통성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사안이다. 야당 측에서는 채 총장의 퇴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벌써부터 신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벼르는 분위기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