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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텅빈 22만㎡부지…직원들 “추가투자 절실한데…”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 가다
인수 1년만에 공장가동률 90%대
불량률 세계최저…셀 판매량 倍로

말聯정부 “투자하라” 고강도 압박
김승연회장 부재 투자결단 어려움


[사이버자야(말레이시아)=박수진 기자] 류성주 한화큐셀 말레이시아법인장은 최근 새로운 업무가 생겼다. 말레이시아 정부 달래기다. ‘추가 투자를 해 달라’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요구에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다독이기 바쁘다. 직접 정부기관을 찾아가는 것은 물론, 며칠이 멀다하고 걸려오는 정부 측의 전화 응대도 해야 한다.

지난 12일 말레이시아 첨단산업단지 ‘사이버자야’에 위치한 한화큐셀 공장에서 기자와 만난 류 법인장은 “지난 월요일에도 가서 ‘사정’을 하고 왔어요. 업황이 안 좋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요. 사실 정부의 압력이 굉장히 큰 상황입니다. 땅을 25만㎡(7만7000평) 받았는데 22만㎡(6만7000평) 정도가 비어 있는 상황이니 투자를 더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죠”라고 털어놨다.

추가 투자를 위한 준비는 갖춰놓은 상태. 셀(cellㆍ태양전지)을 생산하는 말레이시아공장은 현재 900㎿의 연간생산능력을 내년에 200㎿ 가량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는 셀 생산에 주력하고 있지만 추가 증설을 통한 모듈 생산도 염두에 두고 있다. 모듈 공장을 지을 공간도 충분하다.

생산력을 끌어올릴 기술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하는 중국의 태양광 업체들과는 기술력 차이가 확연하다. 실례로 셀의 원재료인 웨이퍼(wafer)의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작업도 중국 업체는 일일히 수(手)작업으로 진행하지만 한화큐셀은 자동화 장비를 통해 이뤄진다.

웨이퍼를 캐리어에 실어 셀을 만들기 위한 적재공간에 실어나르는 것도 수작업이 아닌 150개의 물류 자동화 장비(AMHS)를 통해 이뤄진다. 웨이퍼의 불량 여부는 완성된 셀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 한화큐셀은 첨단장비 활용으로 ‘불량률 0.00025%’를 기록하고 있다. 자동화 시스템은 인건비와 작업 시간을 줄인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공장의 인원은 747명이다. 비슷한 규모의 경쟁업체 공장이 평균 7000~1만여명의 인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에 비해 10% 미만 수준이다. 원가절감 효과는 두말할 것도 없다.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한 직원이 셀 생산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한화큐셀]

태양광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세계 1위 태양광 기업을 목표하는 한화그룹도 추가 투자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간 불황을 겪고 있는 태양광 시장이 2015년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탄력을 받으면서 이에 대한 대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선뜻 추가 투자를 약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정권자의 부재다.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해온 김승연 회장이 자리를 비우면서 미래 가능성을 이유로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기가 어려워졌다.

실무자들은 속이 탄다. 태양광 사업의 특성상 사업개발권 획득 및 각종 규제와 관련한 논의를 위해선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필수다. 실질적인 논의를 위해선 정부 고위 관계자와 그룹의 결정권자의 협의가 필수적인데 김 회장의 부재로 이러한 작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류 법인장은 “큐셀이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세울 당시 말레이시아 정부와 약속했던 투자 규모가 지금의 두 배 정도(약 3조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 부분을 빨리 투자해 달라는 입장이다”이라며 “한 글로벌 기업의 경우 추가 투자 요구를 이행하지 않아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가 각종 혜택을 철회하기도 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비단 말레이시아 공장의 경우 만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큐셀을 인수해 지난 1년간 내부 체질 개선을 통해 말레이시아 공장가동률을 20%에서 90%대까지 끌어올리고 판매량을 두 배 이상 늘린 한화큐셀은 올해 하반기부터 신흥시장 확보에 나선다. 현재 태국과 칠레에 태양광 발전소 설립을 추진 중이지만 실무진이 장관급 고위 관료를 만나 실질적 지원 및 투자 규모 등을 논의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희철 한화큐셀 대표는 “각국 정부와 향후 에너지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이와 관련한 지원을 받아내려면 사실 제 ‘네임밸류’로는 어려움이 있다. 정부 고위직을 만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런 작업이 어렵다”며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나로서는 상당히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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