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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이젠 웬만한 이슈엔 감흥도 없다”
자고나면 터지는 전대미문 사건들…
무뎌질대로 무뎌진 사람들 ‘시큰둥’



“내란음모라니 정말 충격적이다” “그런데 확실히 증거가 있긴 있는 거야?” “국정원이 물타기 하려고 꺼내든 건 맞는 것 같은데…”

대한민국 민심이 뒤섞이고 견고하게 형성되는 추석을 앞두고 그려본 추석 밥상머리 풍경이다. 화제는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이석기 불랙홀 사태’. 지난달 28일 국가정보원과 수원지검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실과 통진당 당직자들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이들의 혐의가 내란음모죄라고 전해지면서 ‘내란음모죄’ ‘이석기’ 키워드는 이날 내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이석기 사태로 불거진 정치권과 우리 사회의 색깔론과 종북, 민주와 반민주 논쟁도 술자리를 뻑적지근하게 장식할 소재들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이 모인다면 ‘이석기의 국회진출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멱살잡이를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일찍부터 추석 연휴를 대비해 귀성기차를 예약한 이영진(37ㆍ경기도 하남) 씨는 “이석기 사건 이후로 각종 색깔론과 음모론이 온라인상에서 판을 치고 있다”며 “여야도 다시 80년대의 낡은 이념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 판에 모처럼 가족들과 모인 자리에서 싸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석기 사태의 여진은 추석을 지나 10월 재보선,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여의도는 아직도 ‘석기시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석기 사태’ 이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는 운동권 내 노선을 의미하는 민족해방(NL), 민중민주(PD), 경기동부 등 해묵은 표현들이 등장했고 주사파와 품성론을 언급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종북, 빨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네티즌들도 급증했다. 댓글 중에는 ‘양자든 다자든 이제 회담에 아무 관심 없다’ ‘안철수 묻혔다’ ‘김한길 노숙도 묻혔다’ 등 여야를 비꼬는 반응도 가득했다.

한편 2013년 들어 ‘전대미문’이라 일컫는 사건들이 정치권에서 잇따라 터져나오다 보니 무뎌질 대로 무뎌진 사람들은 웬만한 이슈(?)에는 감흥이 없다고 전한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부터 시작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설까지 지난 7개월 사이에 정치권에서만 나온 이슈다.

고향에 내려가기 위해 추석 선물을 고르는 이영재(53ㆍ서울 송파구) 씨는 “올해에만 ‘전대미문 사건’이라는 말만 몇번을 들었는지 모르겠다”며 “이제는 무슨 일이 터져도 ‘전대미문’ 같지도 않더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 달 넘게 장외투쟁 중인 민주당은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추석 연휴’라고 해도 ‘휴무’는 없다. 김진욱 민주당 부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원의 근본개혁이 보장되지 않는 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노숙 생활은 추석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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