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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추석이면 더 그리운 아버지…‘마음의 책갈피’ 에 담아둡니다
가족 · 인생 조용히 반추하며…책한권이라도…
“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
좀 더 자주 찾아 뵐 것을. (…)
마음에 가득한 그리움과 마음에
가득한 안타까움을 담아 기억 속의 아버지 이야기들,
하나하나 내 마음의 책갈피에 처절하게 적는다.”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중, 그림은 정유진 작품)

아버지 회고담 ‘아버지가…’
사부곡 ‘고맙습니다…’
가족의 의미 되새겨줘

2011년 심장병 수술 코엘료
신작 ‘아크라 문서’서
인생의 의미 재조명


친척들이 모이는 날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려웠던 시절의 얘기 한 자락이 빠지지 않게 마련이다. 6ㆍ25전쟁을 겪은 세대들에게는 피란 시절의 고생이 늘 고정 레퍼토리로 낀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는 무슨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얘기라고 귓등으로 흘리지만 그들이 아버지 세대가 된 지금, 가슴이 묵직하게 아파온다.

▶가족=아버지의 3년상을 치르고 쓴 딸의 회고담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정신세계사)은 순하고 맑다. 정직하게 살기가 인생의 목표였던, 농부였던 아버지가 들려주는 행복론은 단순하다. 고생을 올바로 받아들이는 게 행복의 첫 걸음이란 얘기다.

 생전에 딸과 나눈 얘기 속에 아버지는 3ㆍ1운동 때상투를 묶인 채 질질 끌려가며 칼에 찔려 죽어간 사람들, 소련군의 총에 가슴을 질린 공포, 피란 시절 대동강 다리 쇠난간에 손 살가죽이 쩍쩍 붙어 피를 흘리며 건너 역에서 빈박스를 깔고 자고, 지게 일을 하던 일들을 삶의 끝자락에서 그저 한바탕 꿈으로 여긴다. 아버지의 인생은 돌짝밭처럼 팍팍해보이지만 걸어낸 길은 반듯하고 정갈하다. 아버지가 들려준 산 돈과 죽은 돈, 맛과 멋, 쥐와 장독 얘기는 우화처럼 쉽고 깊다.
박영신 쓰고 정유진 그림 · 정신세계사

 아들의 사부곡도 있다. 아버지에게 바치는 시인 신현락의 ‘고맙습니다. 아버지’(지식의숲)에서 시인은 아버지를 ‘세상의 찬밥’으로 정의한다. 시인이 기억하는 아버지는 늘 슬픔이었다. 그렇지만 시인은 아버지에 대해 쓰면서 그것은 자신의 편견이었음을 깨닫는다. 고통 속에서도 아버지는 평안과 기쁨을 갖고 있었다. 40대 후반, 도시로 나온 아버지가 할 수 있는 것은 노동일밖에 없었다. 시인의 큰아버지가 월북했다는 이유로 가족들은 고통을 당했지만 묵묵히 견뎌낸다. 가난을 피해갈 수 없어 자식을 중학교조차 제대로 보낼 수 없었지만 그 자식들은 모두 제자리를 찾았다.

시인은 아버지를 불러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남과 싸우기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을 더 잘 하는 아버지, 거목은 아니지만 작은 풀잎같이 비바람에 오히려 더욱 강한 아버지, 무지개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무채색 같은 순백의 심성을 가진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도 이 시대에 필요하겠다는 믿음”이라고. 관계의 그물에서 쉽게 끊어질 수도 있고 가장 견고한 매듭이 될 수도 있는 관계의 중심, 부부의 가장 찬란한 시기는 사랑으로 타오를 때보다 아픔과 고통 속에서 서로의 지지대가 되며 견뎌낼 때가 아닐까. 

신현락 지음 · 지식의숲

알츠하이머와 함께한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내 곁에, 당신’(알에이치코리아)은 치명적 질병 앞에서 절망과 두려움이 아닌, 심리학과 불교 명상을 통해 얻은 지혜로 그 긴 터널을 빠져나온 감동실화다.

미국의 작가이자 치료사이며 교사인 저자 올리비아와 명상가이자 교수인 남편 홉. 학문과 영혼의 소울메이트로 활기차게 살아가던 어느날 남편에게 알츠하이머 선고가 내려진다. 그간 지켜왔던 인생에 필사적으로 매달리지만 이내 총체적 위기를 경험하게 된 부부는 마지막 남은 홉의 인생을 사랑과 배려로 꾸려가는 것이 유일한 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올리비아 에임스 호블리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인생= ‘연금술사’로 세계 최고 판매고를 올린 파울로 코엘료의 새 소설 ‘아크라 문서’(문학동네)는 작가가 삶의 여정에서 길어 올린 인생철학의 완결판이다. 특히 2011년 심장병 수술이란 위기를 겪으며 깨달은 바를 담아 공감이 크다. 작가는 누구나 매일의 일상에서 겪게 마련인 두려움과 불안, 성공과 패배, 운과 기적 등 인생의 수수께끼에 대해 쉽고 간결하게 들려준다. 소설은 십자군의 침략이 눈앞에 닥친 시점에서 예루살렘의 군중이 쿱트인 현자와 나눈 대화를 기록하는 형식이다.

현자는 ‘패배’에 대해 묻는 젊은이에게, “자연의 대순환 속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그가 거쳐 가야 할 단계가 있을 뿐이다. 이 이치를 때달을 때 우리 마음은 자유로워지며, 역경의 시기를 받아들이게 되고 영광의 순간에 도취되어 그 순간이 영원할 것으로 착각하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 문학동네

따뜻한 감수성을 담아내 치유의 글쓰기를 보여온 요시모토 바나나의 ‘인생을 만들다’(21세기북스) 역시 현자와의 물음과 답이란 구성을 따르고 있다.

따듯한 감수성이 느껴지는 요시모토 바나나와 영성지도자이자 정신치유자인 윌리엄 레이넨이 1년여 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엮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로부터 자연과 교감하는 법을 배운 윌리엄은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지만 그의 영혼은 더 맑아지고 풍요로워진다. 그는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죽음 이후에도 육체 없는 인생이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나의 몸 상태는 단지 하나의 경험일 뿐입니다. 그러니 포기하기보다는 ‘이런 새로운 환경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내는 편이 훨씬 재미있을 겁니다”고 권한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 21세기북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의 저자인 심리학자 폴 퀸네트는 낚시갈 때 두고 가야 할 것으로, 시간을 지키는 것, 우월감, 목표를 세우고 결과를 조정하는 것, 열심, 돈, 남에게 멋있어 보이려는 것 등 열 가지를 꼽는다. 결국 자기 맨몸과 마주하라는 얘기다. 그런 남자가 있다. 데이비드 제임스 덩컨의 소설 ‘낚싯대를 메고 산으로 간 거스 오비스턴은 왜?’(윌북)의 주인공 거스다.

낚시계의 모차르트라 불릴 만큼 낚시에 대해서는 천재적인 그에게 고민은 가족이다. 통나무집으로 독립한 거스는 세상과 단절하고 철저히 낚시에만 열중하는 이상적 생활을 하며 또 다른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데이비드 제임스 덩컨 지음 · 윌북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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