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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 옷은 메시지이자 무기…패션의 정치학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당내에서도 유명한 깔끔남이다. 심지어 100년 만의 무더위가 서울광장의 천막당사를 달궜을 때도 긴팔 와이셔츠에 재킷을 고집했다. 그런데 지난 9일 김 대표는 정장 셔츠와 재킷 대신 파란색 박스형 셔츠에 체크 남방을 택했다.

옷 하나 바꿨을 뿐인데, 당 내에서는 한껏 투쟁 이미지를 부각시켰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실 그동안에는 “대표가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는지 티도 안 난다”, “면도라도 안 해야 하는 게 아니냐”, “너무 깔끔해서 노숙투쟁 중이라는 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말들도 오갔다. 결국 김 대표의 캐주얼 패션은 노숙투쟁을 강조하고 장외투쟁에 대한 무게를 좀 더 싣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결과가 됐다.

하지만 김 대표보다 더한 패션정치의 ‘고수(高手)’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다. 러시아와 베트남을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이 지난 5일의 순방기간 선보인 의상은 9벌이 넘는다. 4일 출국하면서는 ‘백의민족’과 ‘평화’를 상징하는 흰색의 의상을 입었다. G20 정상회의 첫날은 푸른 상의와 회색 바지를 매치해 ‘러시안 블루’를 염두에 둔 의상을 선보였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빨간색 의상을 선보였다. 러시아 입국부터 정상회담까지의 옷 색상을 나열하면 흰색, 파란색, 빨간색으로 러시아 국기 색깔이 된다. 이쯤 되면 ‘패션 외교’다.

러시아 동포간담회에서도 어김없이 한복 패션을 선보였다. 빨간색 저고리와 치마에 초록색 저고리 고름이 포인트였다. 이어 베트남 첫 행사로 참석한 ‘한복-아오자이 패션쇼’에서는 은박으로 치장한 미색 저고리, 연한 개나리색 치마의 한복 차림으로 런웨이에 올라 10m가량의 ‘깜짝 워킹’도 선보였다. 한복 차림의 박 대통령이 걸어 나오자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한편 얼마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1위원장이 늘 입던 인민복 대신 흰색 셔츠차림으로 외출한 사진이 공개됐다. 최근 북한은 유례없이 대남 평화공세다. 정치인에게는 옷도 무기인 셈이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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