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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강주남> 이웃집 축제에 박수 치지 못하는 까닭은?

좌충우돌 아베의 ‘운발’이 이번 올림픽 유치전에서도 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세계인의 안전을 볼모로 한 알량한 처세술과 도발적 우경화 행보가 언제, 어떻게 발목을 잡을지 모를 일이다.


도쿄의 2020년 하계 올림픽 유치 소식에 일본 열도가 잔치 분위기다. 결선 투표에서 경쟁도시인 이스탄불을 60 대 36으로 누른 도쿄의 압승이 다소 의외였기에 기쁨은 더 커 보인다.

사실 뚜껑을 열기 직전까지만 해도 도쿄가 밀리는 형국이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 오염수로 인한 안전상의 문제가 도쿄의 아킬레스건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도쿄의 막판 뒤집기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결정적 한방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선정 투표 직전인 지난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해 “오염의 영향은 후쿠시마 제1원전 항만 내부의 0.3㎢ 범위 안에서 완전히 차단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 발언은 2020년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짓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됐다.

그러나 이웃 나라의 경사를 지켜보는 대다수 우리 국민은 축하 박수를 보내기는커녕 씁쓸해하고 있다. 도쿄의 승리에 취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일본인들이 정작 자신들로 인해 한평생을 눈물로 살아온 위안부 할머니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8일 도쿄 한복판에서 시작된 일본 극우세력의 반한(反韓) 시위는 이 같은 일본의 이중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극우단체들은 도쿄도가 한국인 학교에 보조금을 주는 것을 반대하며 2차대전 침략의 상징인 욱일기를 앞세우고 1시간 넘게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날 센다이 총영사관 앞에서도 우익단체 회원들이 확성기를 이용해 한국에 대한 온갖 혐오 발언을 퍼부었다. 세계인의 표를 의식해 최근 2개월간 중단됐던 반한 시위가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자마자 보란 듯이 재등장한 것이다.

세계에서 올림픽을 두 번이나 유치한 위상에 걸맞게 국제사회의 공존을 위해 앞장서야 할 도쿄 시민의 수준이 고작 이 정도다. 이것이 한국인, 아니 아시아인이 옹졸(?)하게도 이웃집 잔치에 진심어린 축하 인사를 건네지 못하는 이유다.

아베 총리의 ‘오염수 안전’ 발언도 엄밀히 따지면 국제사회에 대한 사기극 수준이다. 일본 내부조차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수습작업을 진행 중인 한 30대 근로자는 “(총리가) 그런 말을 해도 괜찮은가”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교토대 원자로실험소의 고이데 히로아키 조교(원자핵공학 전공)도 “총리가 무엇을 근거로 (오염수가) 통제되고 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질려버렸다”고 비판했다.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일본인의 95%가 원전 오염수 유출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석연찮은 대목에도 불구하고 좌충우돌 아베의 ‘운발’이 이번 올림픽 유치전에서도 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세계인의 안전을 볼모로 한 알량한 처세술과 도발적 우경화 행보가 언제, 어떻게 그와 일본인의 발목을 잡을지 모를 일이다. 하긴 잘못된 침략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조차 하지 않는 자가 ‘방사능 올림픽’인들 두려워할까.
 

nam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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