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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감 자료요구에 회피전략도 가지가지...폭탄돌리기부터, 묵살형까지
매년 9월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의원실 보좌진들의 신경이 바짝 곤두선다. 국회의원실의 국감 자료요구에 정부 각 부처가 자료제공을 차일피일 미루는 게 일쑤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무원ㆍ공공기관의 전매특허인 폭탄돌리기부터 대놓고 묵살형까지, 국감 시즌에 쏟아지는 피감기관의 다양한 회피전략을 모아봤다.

▶잡아떼기형, “자료요청을 이제야 확인했어요”=각 상임위별 많게는 30명이 넘는 국회의원실의 자료요청을 감당하려면, 정부 부처 공무원들도 손이 모자라게 마련이다. 한 의원실당 3~4개 자료만 요청해도 100건이 훌쩍넘는다.

보건복지위 소속 여당 의원실 보좌관은 “자료가 안 와서 1주일 후에 전화해보면, ‘제가 자료를 이제 확인했어요’라고 말하는 게 부지기수다. 전화해서 따로 압박을 넣지 않으면, 자료를 원하는 타이밍에 확보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정무위 소속 야당 관계자도 “자료 지금 봤다고 전화오고, 내가 이 부서에 처음 와서 이제야 확인했다고 핑계대는 것도 늘 등장하는 레퍼토리”라며 “차라리 일이 많아서 시간이 걸린다거나, 늦더라도 확실히 언제까지 주겠다는 확언을 주는 게 일하는 데는 수월하다”고 말했다.

▶폭탄돌리기형, “내 소관가 아니다”=보좌진들이 가장 속타하는 게 바로 업무 떠넘기기다. 자료가 오기를 기다리다 연락을 하면 “어? 우리 부처 소관이 아니고 안행부 소관이에요” “제 업무가 아니에요. 다른 분 (전화)돌려드릴게요.”라고 업무를 넘기는게 다반사다. 전형적인 폭탄돌리기다. 담당자가 자리가 없다고 전화를 피하는 것도 고정 레퍼토리다.

▶감성호소형, “아프다” “요청이 너무 많다”=한 여당 보좌관은 “요즘엔 회피전술도 진화해서, 감성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아파서 휴가다녀왔다거나 집안에 우환이 있어서 잠시 자리를 비웠다거나, 밀려드는 자료요청이 너무 많아서 밤을 새워도 시간이 모자른다 등등 한 인간으로서 동정심을 살만한 이유를 대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묵살형, 늑장형, 엉뚱형=제일 황당한 경우는 자료요청 자체를 무시할 때다. 보좌진이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심지어 국감이 끝나도 묵묵부답인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국감장에서 의원들이 직접 자료 왜 안주느냐고 따지면, 그제서야 자료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기억했다.

또 민감한 자료는 빼고 쓸데없는 자료를 주는 ‘꼼수’도 속출한다. 법사위 소속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앙꼬를 빼고 준다. 어떤 때는 요청한 자료가 아닌 이상한 자료를 준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자료요청은 대거 했는데, 정작 필요한 정보는 하나도 못받는 셈이다. 민감한 자료가 담긴 경우, 미리 언론에 흘려 기사화하는 ‘선수치기’ 전략도 종종 등장한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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