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둔황 여행에 동반하면 좋은 책...혜초와 고선지, 석굴의 스토리
“모래가 우는 산, 명사산(밍샤산) 넘어 1년 내내 맑은 물이 솟아나는 샘, 월아천에서 잠시 쉬었다. 낙타처럼 샘물에 머리를 처박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차가운 기운이 입과 식도를 타고 위까지 흘러들었다. 나무 그늘에 누운 고선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작가 김탁환의 소설 ‘혜초’에서 신라의 승려 혜초와 고구려 유민 출신의 고선지 장군, 호선무를 추는 무희 오름이 대유사(타클라마칸사막)를 횡단해 드디어 둔황의 밍샤산과 월아천에 도착했을 때의 장면이다. 상하 두 권으로 이뤄진 이 소설은 둔황에 이르면서 크라이막스로 치닫는다.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며 죽음의 사막을 건넌 이들은, 둔황에 도착해 월아천의 꿀맛 같은 샘물로 목을 축이고 막고굴의 석굴 하나를 얻어 만신창이가 된 몸을 누인다. 숨막히는 반전은 그 석굴에서 다시 시작된다.

역사 유적지나 자연경관을 제대로 느끼고 즐기는 데에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둔황이나 실크로드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곳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고, 거기에 서린 역사를 더듬는 것도 아주 의미있고 행복한 여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역사 유적은 희미한 흔적만 있을 뿐이다. 경우에 따라선 돌조각 몇 개만 있는 경우도 있다.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역사적 상상력이다. 그 상상력의 날개를 펴기 위해선 역사적 사실을 정리한 역사서나 안내서도 좋지만, 그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을 동반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


둔황의 역사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은 많지만, 그 가운데 압권은 일본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의 소설 ‘둔황’과 한국 작가 김탁환의 ‘혜초’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작품은 메마른 사막을 슬프고도 애틋한 사랑과 아련한 정서가 흐르는 땅으로 바꾸어 놓는다.

김탁환의 ‘혜초’는 배를 타고 남중국해를 통해 인도(천축국)에 도착한 신라 승려 혜초가 인도와 현재의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의 고원지대를 거쳐 실크로드를 통해 둔황으로 오는 파란만장한 여정을 그렸다. 혜초가 쓴 ’왕오천축국전’을 바탕으로 사실과 허구, 실존인물과 가공인물이 교차하면서 파미르 고원과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펼친 모험과 구도의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전개된다. 당시 이 일대의 정황을 가장 상세하게 적었다는 혜초의 양피지 여행기록과 박진감 넘치는 현재의 여정이 교차하는 대서사시다.

일본 역사소설의 거장, 이노우에 야스시의 ‘둔황’은 막고굴에서 발견된 서책의 비밀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실존인물과 가공인물이 교차하면서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절묘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입신을 꿈꾸던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인 주인공 조행덕과 저돌적이고 용맹한 주왕례, 위구르 왕족 여인, 서하를 건국한 이원호에 얽힌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작품 말미엔 수백년 후 그 서책의 향방을 사실적으로 기술해 역사를 복원한다.

이해준 문화부장/hj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