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한석희 기자]오는 5일부터 열리는 G20 정상회담의 화젯거리는 단연 지구촌 별들과 박근혜 대통령의 친분도다. 박 대통령이 ‘절친’이라고 꼽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서부터 ‘좋은 친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깊은 신뢰’로 호감을 쌓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인다. 이밖에도 조제 마누엘 두라웅 바호주 EU 집행위장 등 구면의 정치 지도자 및 국제기구 수장들도 많이 모이는 만큼 이들과의 친분은 박 대통령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오는 6일 별도의 양자 정상회담도 갖을 예정인 메르켈 총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애정은 남다르다. 박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메르켈 총리가 추구하는 경제정책이나 외교정책 노선이 내가 추구하는 것과 비슷하고, 원칙과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나와 꼭 닮았다”고 친근감을 표시했을 정도다. 심지어 지난해 18대 대선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스스럼없이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피습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위로 편지를 보내온 외국 친구 중 한 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닮은꼴 여성지도자’로도 통한다. 두 사람 모두 최초의 독일 총리, 대한민국 대통령일 뿐 아니라 ‘철의 여인’ 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공교롭게 이공계 출신 정치인이라는 이력과 함께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당내 선거에서 ‘좌절’을 겪고 화려하게 복귀하는 등 정치이력도 닮았으며, 원칙과 신뢰를 목숨 만큼이나 중요시한다는 점도 똑같다.

두 사람의 남다른 인연은 1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0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부총재였던 박 대통령이 기민당 최초 여성 당수였더 메르켈 총리를 만나면서 두 지도자는 인연의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특히 지난 2000년 서울 G20 정상회담 당시엔 메르켈 총리가 자청해 박 대통령을 만났으며, 지난해 박 대통령이 18대 대선에서 당선된 뒤 축하전화를 한 최초의 외국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로 이번 만남이 벌써 네번째다.

이외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박 대통령을 ‘오랜 친구'라고 표현할 만큼 박 대통령과는 막역한 사이다. 시 주석은 지난 2005년 7월 저장성 당서기 신분으로 방한해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할 정도로 박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지난 6월 박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당시 예정에 없던 부부 동반 오찬까지 주최해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도 애사롭지 않다. 지난 5월 미국 순방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깜짝 산책을 제안해 통역없이 로즈가든을 걸으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 프랑스 정치시사잡지 폴리테크 앵테나쇼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정치 인사 중 가장 가깝자고 느끼는 분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주저없이 메르켈 총리를 꼽은 박 대통령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고, 최근 만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신뢰감이 느껴졌다”고 답해 이들 정치 지도자들과의 강한 유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외교가 한 관계자는 “G20 회의에선 정상 간 자유로운 토론 뿐 아니라 친분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정상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격의 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며 “박 대통령의 세계 주요 정상들과의 이같은 친분도는 다자무대에 첫 데뷔하는 박 대통령에게 든든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