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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 퇴진압력 받는 ‘샐러리맨 신화’ 강덕수의 운명은?
STX조선해양 채권단 사퇴 요구…STX측 “있을수 없는 횡포” 반발…“강회장 순진하게 당했다” 동정론도
신화((神話)는 영원하지 않다. 아니, 영원할 수는 없다. 시대는 새로움을 추구한다. 새 신화 앞에 과거의 신화 기억은 언제나 희석돼 간다. 잠시의 안타까움을 던져준 채 말이다. ‘샐러리맨의 신화’ 강덕수 STX그룹 회장을 바라보는 재계의 심경이 바로 이럴 것이다.

STX조선해양 채권단이 강 회장에게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사임을 요구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강 회장 퇴장을 요구하면서 신규 경영진을 선임할 예정이다. STX그룹은 채권단의 이 같은 요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채권단과 정상적으로 자율협약을 추진하고 있는 STX조선해양에 새 대표를 선임한다는 것은 기업과 채권단 간 신의를 저버린 처사”라며 “채권단이 있을 수 없는 횡포를 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경영 실패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강 회장은 앞서 경영권 행사와 관련한 채권단의 결정사항에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했기에 채권단의 퇴진 요구를 사실상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샐러리맨 신화’가 무너짐을 예고하는 것이다.


경영자가 경영에 실패하면 응당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다만 재계에선 이번 강 회장 퇴진 압박에 대한 ‘동정론’도 제기된다. STX 소식에 정통한 재계 인사는 “채권단이 자율협약 때 강 회장의 일정 역할을 보장한 측면도 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결국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맺은 후 강 회장과의 신뢰를 버리고 STX를 편하게 쥐락펴락하기 위해 확약서를 빌미로 퇴진을 종용한 것 같다”고 했다. 한마디로 강 회장이 순진(?)하게 당했다는 것이다. 실제 자율협약 이후에도 채권단은 강 회장에게 대대적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종용했지만, 강 회장은 어쩔 수 없는 선에서의 인적 구조조정을 했고 헐값 자산 매각엔 강하게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채권단 입장에선 눈엣가시를 확약서를 활용해 제거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STX 측은 “패자부활전 기회도 주지 않고 강 회장을 물러나게 한 뒤에 대대적인 칼날을 휘두르려는 채권단에 무슨 신뢰가 가겠느냐”며 “이렇게 하면 기업이 직접 법정관리로 가지, 굳이 왜 자율협약을 맺겠는가”라고 했다.

STX가 무슨 항변을 하더라도 ‘쌍용맨’ 월급쟁이로 출발해 한때 ‘공격경영의 달인’이라는 칭호까지 부여받았던 강 회장에 대한 퇴진 압박의 반전은 힘들어 보인다. ‘볼썽사나운 퇴장’만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김영상·박수진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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