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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주파수는 공공재…섬도 혜택 누려야”
통신소외지 LTE망 구축…최두섭 KT 매니저
서해 5도 등 섬 통신 관련업무만 15년
이동부터 난관많지만 점심한끼에 보람


우리나라에 LTE(롱텀에볼루션) 통신이 도입된 지 2년 만에 이보다 2배 빠른 속도의 LTE-A(롱텀에볼루션어드밴스트) 서비스가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기존 LTE폰 속도가 30% 증가하는 광대역 서비스도 이달 중 시작된다고 한다.

모두가 더 빠르고 더 넓게 퍼지는 통신 서비스를 외치는 사이 이 같은 모습을 멀리서 구경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국내 최북단 서해 5도처럼 섬마을이거나 도서ㆍ산간지역 주민들이다. 이들은 TV 광고를 통해서만 LTE-A를 접할 뿐이다. 도시 사람들이 진작에 쓰고 있던 LTE도 올해 들어서야 겨우 이용하기 시작했다.

통신사들이 앞다퉈 새로운 네트워크 서비스를 구축하는 사이 외딴 섬에 한발 늦게 통신망을 설치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이 ‘더 빨리’를 외치는 사이 이들은 ‘통신 소외 제로’를 향해 산을 타고 물을 건넌다. 최두섭(43·사진) KT 네트워크부문 인천 엔지니어링팀 매니저도 그중 한 명이다.

최 매니저는 섬 통신 관련 일만 15년 가까이 한 이 분야 전문가다. 맡은 지역도 김포 외곽, 강화 지역, 서해 5도(백령ㆍ연평ㆍ소청ㆍ대청ㆍ우도) 등 통신장비를 이동하기조차 어려운 곳들만 골라가며 최근까지 3G와 LTE망을 구축하고 있다. 


섬에다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은 3중고를 극복해야만 가능하다. 최 매니저는 “육지의 경우 장애가 있으면 바로 가서 현장 둘러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섬은 이동부터가 난관”이라며 “배 시간이 정해져 있고, 밤에 운행 안 하고, 이동시간이 길다는 것이 애로사항”이라고 말했다. 그중 최북단 백령도는 인천에서 배로 4시간 걸리는데 그나마 오전과 오후 한 번씩만 운행된다. 또 풍랑주의보가 떨어지면 인천에 발이 꽁꽁 묶이기 일쑤다.

이 같은 어려움을 뚫고 최 매니저는 올해 4월 우도에 LTE망을 구축했다. 이곳은 민통선 바로 아래에 있어 군인들을 위해 통신망을 설치했다. 최 매니저는 “하사관 이상 군인들이 통신 사용에 대한 갈증이 컸던 곳이다. 보름에 한 번씩 평택 2함대 사령부에서 출발하는 배에 장비를 싣고 우도에 LTE망을 깔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도입 후에도 무선통신에서 소외됐던 일반 주민들은 지금도 최 매니저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있다. 강화군 서도면 맨끝에 위치한 말도라는 섬은 2011년까지 휴대전화도 잘 안 터지는 외딴 지역이었다. 최 매니저는 “말도로 신호 보낼 만한 데가 없어 한여름 뙤약볕에 3개월 정도 주변 섬들을 샅샅이 다 뒤졌다”며 “말도에서 12㎞ 떨어진 교동도를 찾아 3G망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사 입장에서 섬은 육지보다 망 구축 비용이 10~20% 더 들고 가입자도 적어 수익이 나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공공재인 주파수를 이용하는 만큼, 소외된 지역의 통신 문턱을 낮춰주는 것은 통신사의 의무라고 최 매니저는 강조했다. 그는 섬 주민들의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에, 바다에서 방금 잡은 생선으로 차려주는 점심 한 끼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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