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매년 자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과일들을 평가해 맛은 물론 영양학적 측면에서도 가장 뛰어난 과일들을 선정한다. 땅 덩어리가 넓고 기후 분포도 다양하다 보니 평가의 대상이 되는 과일들도 엄청나다.
그 중 2011년 2012년 두 해 모두 최고의 과일로 선정된 과일이 바로 연변 특산물로 재배되고 있는 사과배다. 연길시 근교에는 이 사과배 재배 단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고 관광 가이드들은 신명나게 설명을 늘어놓는다. 나는 그 자랑이 안타깝다.
그 밖의 다른 산업의 발전 수준은 아직도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뒤떨어져 있다. 제조업이나 공업 등 2차 산업은 물론 부가 가치가 높은 첨단 산업들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백두산과 북한 접경 지역 그리고 항일 유적지 관광을 바탕으로 관광산업과 유흥산업이 조금 발전해 있는 것이 전부다.

이와 같은 지역산업의 현실로 인해 연변대학의 IT산업 관련학과 졸업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다. 물론 근래에 들어 연길시 정부에서 시 외곽에 개발부를 만들고 한국의 IT관련 기업들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인력 수요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졸업하는 학생들은 그래서 2~3년을 일 없이 쉬거나 직장을 찾아 타 지방 혹은 한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50년 후에는 중국 땅에서 조선족자치주는 사라질 것이라 한다.

연변대학교 미술대학과 학생교류 및 게임개발캠프를 진행한 것이 벌써 3년째다.
방학 중 한달 정도 연변대학교 학생들에게 게임 개발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그들의 가능성에 대해서 확신이 생겨났다. 연변대학교는 중국 내 대학평가에서 100대 대학 안에 드는 우수한 학교다.
길림성은 물론 요녕성과 흑룡강성에서 인재들이 모여드는 그런 학교이며 재학생의 40퍼센트 정도는 조선족이기 때문에 우리와 의사소통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 중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필자가 연변대학교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의사소통이 가능하니 게임개발 작업을 진행할 때에도 큰 문제가 없는 것이다.

또한 중국 내에서 게임 산업이 발전한 상해나 북경 지역과는 대졸자의 인건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다. 현재 개발부에 위치한 IT업체들에 취업하는 신입사원 인건비를 기준으로 볼 때 프로그래머는 한 달에 약 2,000위안 그래픽 디자이너는 약 1,500위안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환율에 따라 변동이 있겠지만 우리 돈으로 30~40만원이 채 안 되는 수준인 것이다.
연길시 정부는 물론 연변대학교도 기존의 1차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지역의 경제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IT산업활성화를 위한 연차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고 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IT산업관련 학교를 세울 계획이며 대한민국의 IT기업들을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 시정부차원의 많은 지원책들을 수립하고 있다. 연변대학교에서도 '산학협력실천기지' 라는 명칭으로 교내에 약 1만평정도 규모의 IT산업에 특화된 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그곳에는 첨단 콘텐츠산업에 관련된 기업들을 유치하여 연변대학교 학생들의 취업과 연계할 계획이며 다양한 지원 방안을 구상 중이다. 
국내게임시장은 이제 찰 만큼 찼다. 중국시장에 대한 가능성과 성공사례들을 접하면서도 수 많은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시장에서 실패를 경험한다. 그래서 중국 진출에 망설이는 게임사가 많다. 하지만 이제 그냥 걱정만하고 있을 때는 지났다. 중국에 게임을 팔 생각이면 중국에 들어가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의사 소통에 문제가 없고, 우수한 인력들이 존재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어지는데… 'why not?'
시행착오는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위험 요소는 하나 둘 제거해가면 된다. 여러 조건과 상황들이 연변을 가리키고 있다.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다.


글 | 최삼하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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