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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비리 차단, 더 독립적 규제기관 필요”
마리아 판데르후번 IEA사무총장 e메일 인터뷰
신재생에너지비중 OECD중 최하
시장 기반한 전기료 현실화가
기업들 녹색성장 투자 유도

한국, 천연가스 교역 중심 후보지
전력시장 개방 경쟁구도 재편 필요




전 세계 에너지업계를 이끄는 여장부, 마리아 판데르후번<사진> 국제에너지기구(IEAㆍInternational Energy Agency) 사무총장이 한국에 주문하는 메시지는 분명하고 명확했다.

한국 정부가 현재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기료 현실화 등의 방법을 통해 기업과 가정의 에너지 소비 효율화를 이끌고, 두 번째로 투명한 운영을 통해 원자력 발전에 대한 믿음을 국민에게 심어준 뒤, 셋째로 신재생 에너지와 셰일가스 등의 에너지를 골고루 이용해 아시아 최고의 에너지 무역 허브로 발돋움하라는 것이다.

판데르후번 사무총장은 2일 헤럴드경제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국제적 기준에서 해결책을 제시했다.


-한국의 전력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단연 전기료 문제다. 한국의 전기료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전력 시장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시장에 기반을 둔 가격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게 가능해야 소비자들이 전력을 합리적으로 소비하고 기업도 긍정적으로 신규 투자에 나서게 된다. 이와 더불어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물론 반대를 하겠지만 전력 시장을 개방해 소비자 편의에 맞게 경쟁 구도로 재편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한국 정부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고는 있지만 아직 속도는 좀 느리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갑자기 전기료를 올리는 것이 정부로서 쉬운 일은 아니다.

▶이것은 전력 안보의 문제다. 한국의 산업시설 및 가정을 대상으로 책정한 전력 가격은 구매력평가환율(PPP exchange rate)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부문 간 가격 차는 줄었지만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턱없이 저렴한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전력 가격 책정 메커니즘이 총 전력생산비용은 물론 시장 가치도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여기에 전력 보유량 문제가 더 악화됐으니 한국의 전력 안보가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일본의 원전 사고로 불안감이 커진 데 더해 한국은 원전 부품 납품 비리도 터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인들의 원자력에 대한 대중의 지지율은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필요하다. 한국의 높은 에너지원 수입 의존도를 고려했을 때 원자력은 에너지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일단 현재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독립성이 원자력 규제기관에 필요하다. 좀 더 높은 수준의 인력 확보도 필수다. 이는 원자력에 대한 대국민적 신뢰가 바탕이 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녹색성장은 국제적 기준에서 어떤 수준인가.

▶한국의 ‘에너지믹스’ 중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누차 얘기하지만 또 전기료 문제다. 낮은 전기료가 녹색성장 발전에도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시장에 기반을 둔 가격이어야 소비자들을 합리적 소비로, 기업들도 녹색성장 신규 투자로 유도한다. 특히 한국은 ‘스마트그리드’ 전략의 구체적 수립과 송전 및 전력 배분 시스템의 발전이 시급하다. 한국인들은 한국이 자꾸 에너지 자원이 전무한 국가라고들 말하는데, 이는 신재생 에너지원을 간과한 생각이다. 한국 정부가 발표한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공급의 11%를 신재생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는 한국을 에너지 강국으로 만드는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셰일가스 개발 붐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북미 지역의 셰일가스 붐은 미국의 LNG 수입 필요성을 없애고 있다. 결국 미국은 매머드급의 LNG 수출국으로 부상할 것이고 아시아, 특히 한국이 주요 수출국이 될 것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다. 천연가스가 현재 한국의 에너지 총 공급량의 6분의 1이다. 이런 변화로 아시아에서 매우 비싼 가스에너지의 가격이 분명히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가스에너지에서만이라도 아시아 교역의 허브가 될 가능성은 없나.

▶2013년 IEA는 ‘아시아 지역에서 천연가스 교역 허브 개발’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서 싱가포르는 초기 가스 허브 개발에 있어 최고의 전망을 지닌 곳으로 언급됐다. 일본 및 중국과 함께 한국도 미래의 가능한 가스 교역 중심 후보지로 올랐다. 우리가 한국의 에너지 정책을 검토한 결과, 한국은 전력 시장 개혁과 함께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천연가스 시장의 변화 프로그램을 수행하면 이미 구축해놓은 충분한 인프라를 활용해 허브로 올라설 잠재성이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무엇보다 국가경제를 위해 천연가스 공급의 안보를 급선무로 생각하고 외국 기업의 진출을 꺼린다. 충분히 납득할 수는 있지만 이는 국제 에너지업계의 흐름을 국내 시장에 반영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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