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정주영-스테나’의 36년 우정이 꽃피운 현대글로비스의 북극항로
[헤럴드경제=김대연 기자]현대글로비스가 오는 15일 한국 국적 선사(船社) 최초로 북극항로를 이용한 화물 수송에 나서는 가운데,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스웨덴의 해운업체 스테나(Stena)의 36년된 오랜 인연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스테나는 이번 북극항로 개척에 있어 유빙 등 얼음에 부딪혀도 견딜 수 있는 내빙(耐氷)선 ‘스테나 폴라리스’호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스테나에게 전략적 제휴를 먼저 요청한 것은 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는 내빙선 용선(傭船) 이외에도 해기사를 동승시켜 국적 선사로는 처음으로 북극항로 운항 노하우를 전수 받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글로비스는 10년 이상 운항 경험이 있는 한국해양대 출신 수석 해기사를 1명을 선발했다. 기존 벌크선과 차량 운반선 위주의 운항 경험을 유조선까지 확대한다는 의미도 크다. 스테나 역시 최근 급성장 중인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아시아 시장으로의 네트워크 확대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양사가 손을 맞잡은 데에는 ‘정주영’이라는 공통 분모도 있었다. 스테나는 지난 1977년 현대조선중공업(現 현대중공업)에 로로선(RO-RO선, 화물을 실은 트레일러를 통째로 운반할 있는 선박)을 비롯해 총 11척의 배를 발주한 바 있다. 당시 현대조선중공업의 대표는 정 명예회장. 


정 명예회장은 1971년 9월 바짓주머니에서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 뒷면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 주며 영국 바클레이 은행 회장을 설득, 마침내 차관을 빌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 울산 미포만의 백사장 사진과 1:50000 짜리 지도 한장, 그리고 해외 업체에게 빌린 26만톤급 유조선 도면을 들고 그리스 선주 리바노스를 찾아가, 조선소도 없이 26만톤짜리 유조선 2척을 주문 받는 기적을 일궜다. 이 같은 노력의 산물로 1973년 12월 현대조선중공업이 설립됐다. 하지만 1973년 오일 쇼크, 1974년 물동량 급감, 1975년 수에즈 운하 재개통에 따른 대형 유조선 파동(7만톤급 이상 탱커 운항 불가) 등으로 현대조선중공업을 비롯한 전세계 조선업체들은 때 마침 어려움에 빠졌다.

당연히 스테나의 대량 발주는 갓 태어난 회사가 오일 쇼크를 극복하고 조기 안정화 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 스테나는 이후에도 현대중공업을 통해 총 30여척의 배를 발주하며 꾸준히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스테나측이 정주영 회장을 기억하고 있었다. 정주영이라는 사람과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당시 전격적으로 발주를 결정했었다고 하더라”며 “정 회장에 대한 공통된 기억이 이번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상당한 영향을 준 셈”이라고 말했다.

오는 15일 현대글로비스는 여천NCC가 러시아 노바텍으로부터 수입하는 나프타 3만7000톤을 러시아 발트해 인근 우스트루가항에서 내빙(耐氷)선에 선적한 뒤, 북극해를 통과하여 10월 중순께 국내 광양항 사포 부두에 도착할 계획이다. 이는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북극 종합정책 추진 계획’의 북극 비즈니스 모델 발굴로 진행되는 첫 사업의 성과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시범운항에 나서는 북극항로는 총 거리 1만 5500㎞와 운항시간 35일이 예상되는 ‘신항로’로 그동안 국적 선사들이 이용해온 남방항로(평균 거리 2만2000㎞, 운항 시간45일) 보다 운항거리 6700㎞, 운항 시간 10일을 단축할 수 있다.

김 사장은 “적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꼭 돈이 되는 사업도 아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국가적인 사업인데다 장기적인 비전을 보고 참여를 결정했다”며 “이번 경험 축적이 향후 국가와 회사에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sonamu@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