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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B강화 · 亞신흥국 진출로 활로 모색…제몫 못하는 증권사 구조조정 시급
전문가들이 본 증권업계 위기 해법은…
어려움에 빠진 증권업계를 향해 전문가들은 ‘타성’, ‘도태’, ‘공멸’ 등 강도 높은 비판의 말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외톨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혼수상태에 빠진 증권사들을 회생시키기 위해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원과 규제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증권업계를 향해 “구조조정 외엔 생존의 길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교수는 2000년대 중반 증권사 간 경쟁을 통한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진입장벽을 낮췄지만, 차별화는 커녕 증권사 숫자만 많아졌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를 그는 ‘도태’라고 표현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증권업이 활기를 찾으려면 시장의 변동성이 있어야 하는데 코스피는 10년째 장기 박스권이라고 할 정도로 변동성이 줄었다”며 지금의 어려움을 타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증권사의 경쟁력이 약해진 것은 무엇보다 위탁매매 등 브로커리지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 탓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가릴 것 없이 자기매매와 위탁매매 비율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강효석 한국외대 교수는 “거래수수료 수익에 의존한 증권사들이 수수료 경쟁을 벌이면서 최근엔 수지도 맞추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며 “뾰족한 새 수익 모델을 창출하지 않으면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천편일률적인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다변화를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IB 업무 강화와 아시아 신흥국 시장 진출이 구체적인 ‘살 길’로 지적됐다.

박 교수는 “IB업무는 증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며 “최근 아시아 신흥국의 IB 시장이 커지고 있어 해외 진출이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경쟁력을 갖춘 대형 증권사 출범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실장은 증권사별로 사업 특화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보통 대형 증권사에서 특출난 성과를 낸 팀이 독립해 부티크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병익 금융투자협회 조사연구실장은 “미국은 연기금이 시장 주도세력이 되면서 다우존스지수가 1만 포인트까지 오르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주문이 이어졌다. 박 교수는 “정부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의 인수자를 잘 선별해 대형 증권사 탄생의 불을 지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기업과 부당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거래를 통한 자금조달 창구로 증권사들이 안주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호주는 1990년대 중반 대규모 국유자산을 매각할 때 맥쿼리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장기적으로 실력을 쌓게 했다”며 “호주 정부의 노력으로 맥쿼리가 세계적인 증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정부도 금융산업이 기간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형ㆍ김우영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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