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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틀린 우리네 풍경, 예술이 되다…
독특한 회화 연작 화제의 韓·美 두 작가…안두진·진 마이어슨 개인전
진 마이어슨 ‘엔드리스 프론티어’展
TV·잡지·인터넷속 이미지 왜곡·채색
“보이는 물체보다 어떻게 보느냐 관건”
서사작품 ‘죽음의 발명 앞에’ 눈길

안두진 ‘오르트구름’展
쇼킹 형광색·낯선 이미지 궁금증 유발
폭풍우 등 거대한 자연의 찰나 포착
가는 붓 이용 흙알갱이까지 세밀 묘사


분명 우리 눈앞에 펼쳐진 풍경인데 매우 특이하다. 대상을 이렇게 왜곡하고, 변주하는 걸 보니 이들에겐 독특한 렌즈가 있는 걸까? 독특한 회화 연작으로 주목받는 미국작가 진 마이어슨과 한국작가 안두진의 작업세계를 살펴본다.

▶재해석, 재조합된 진 마이어슨의 추상풍경=한국계 미국작가 진 마이어슨(41)이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1972년 인천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마이어슨은 미니애폴리스와 펜실베니아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뉴욕, 파리, 서울을 거쳐 현재 홍콩에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

‘엔드리스 프론티어’란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작품전에는 2년간 그린 가로 6m의 회화 ‘죽음의 발명 앞에’를 비롯해 최근작 등 대작 유화 10여점이 내걸렸다. 작품들은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해진 작가의 혁신적 면모를 엿보게 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진 마이어슨은 잡지, 텔레비전, 인터넷 등 속 이미지를 채집해 왜곡하고, 이를 채색한다. 그리곤 늘리고, 줄이기를 반복하며 회화적 언어로 재해석해낸다. 그의 독창적 회화는 미국 및 유럽 화단에서 ‘추상회화의 또 다른 맥을 잇는 신선한 작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별의별 골동품이 모여드는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진 마이어슨의 유화 ‘황학동’(2013). 독특한 에너지를 분출하는 추상화다. 112×145㎝.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마이어슨은 미디어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자연·기계ㆍ군중 이미지를 기반으로, 주변 풍경을 뒤틀리듯 혼합해 묘한 형태로 변주한다. 서사작품 ‘죽음의 발명 앞에’가 좋은 예다. 복잡한 현대도시의 정경이 마구 뭉개진 이 그림은,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원래 이미지의 선들이 조금씩 드러난다. 그림 속의 쩌릿쩌릿한 기(氣)가 화폭 밖으로 뚫고 나올 듯 강렬하다.

2013년 작 ‘평원’은 화면을 뒤덮다시피 한 커다란 나무가 도드라진다. 기이한 형상의 이 나무는 홍콩 도심의 빽빽한 빌딩 숲을 거의 포획할 듯하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작품으로, 불길해 보이는 예감이 ‘감각의 깊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내겐 무엇을 보는 것 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먼 곳에서 물체가 다가올 때, 멀리서 들렸던 소리와 가까이에서 들리는 소리가 다르지않던가. 그런 효과를 시각화한 게 내 그림”이라고 했다. (02)720-1524. 

초현실적 분위기의 안두진의 유화 ‘먹구름이 몰려오는 어느날’(2013). 91×73㎝.                                                                     [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낯선 세계로의 초대=초현실적 풍경화로 주목받는 젊은 화가 안두진(38)은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오르트구름’전을 열고 있다. 9월 10일까지 열리는 전시에 작가는 쇼킹한 형광색과 낯선 이미지가 어우러진 그림을 내놓았다. 안두진은 나름의 회화이론도 설파한다. ‘이미지에도 최소 단위(이마쿼크)가 있다’고 주창하는 작가는 풍경을 그리지만 실재하는 공간을 재현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물질이 원소의 배열과 구조로 이뤄졌듯, 회화 역시 시각영역의 최소단위인 이마쿼크로 이뤄진다며 이를 치밀하게 직조하기 때문이다. 1호짜리 가는 붓으로 나뭇잎 하나하나, 흙알갱이 하나하나를 치밀하게 그려나간 노동집약적 작업은 관람객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검은 폭풍우가 밀려오거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날 듯한 자연의 한 순간을 그렸지만 정작 작가는 ‘풍경을 잃어버린 풍경, 발생적 풍경’이라고 소개한다. 과학적 사고체계를 기반으로 이미지 조각을 끝없이 증식했기 때문이다. (02)730-7818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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