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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전통 · 현대 어정쩡한 공존 도심속의 ‘섬’…인사동은 거꾸로 흐른다
인사동 & 북촌
유명 맛집 · 골동품상점 등 즐길거리 가득
아기자기 이어진 ‘쌈지길’ 최고뜨는 명소

북촌 한옥마을은 외국인들 순례 코스
처마끝 펼쳐지는 서울 전경에 “뷰티풀~”


인사동이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의 거점이 된 건 꽤 오래전이다. 조선시대부터 이 일대에는 도화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1930년대부터 그 자리에는 고서적상, 골동품가게가 들어서기 시작해 오늘날 ‘인사동 전통문화의 거리’로 거듭났다.

인사동은 서울 관광객이라면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반드시 빼놓지 않고 들르는 명소로 꼽힌다. 최근에는 인근의 삼청동, 북촌마을 등과 더불어 서울 도심관광 지도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일제가 조선시대 관인방, 갑오개혁 때 대사동이라는 옛 명칭에서 한 글자씩 따와 탄생한 명칭이어서 논란이 없지 않지만, 관광명소 인사동의 위상은 오늘날 확고해 보였다.

22일 기자가 찾은 인사동의 모습도 전과 다름없이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광화문, 종로, 을지로 등 서울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다는 점, 비교적 소액으로 기념품이나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 유명 맛집이 많다는 점 등에서 인사동은 방문객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는 장소다.

또한 굳이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볼거리가 많다는 점이 인사동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켰다. ‘차 없는 거리’로 지정돼 보행자 친화적으로 조성된 거리 덕분에 관광객들은 모처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호사를 누리는 것처럼 보였다.

거리에서 만난 캐나다인 노부부 바트와 앨리스는 “인사동만 세 번째 왔다”며 손에 기념품을 가득 든 채 “이번에는 캐나다에 있는 손자에게 줄 도장을 사러 왔다”고 했다. 점심으론 순두부와 된장찌개를 먹었다. 손으로 연신 부채질을 하던 그들은 또 다른 기념품점을 향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들이 가리키는 손길을 따라가 보니 떡집, 전통찻집, 전통음식점이 즐비하게 드러났다.

 최근 새롭게 인사동 명소로 부상한 쌈지길은 여성들에게 인기다. 공예와 디자인을 파는 이곳에서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이나 액세서리를 고르는 여성들의 손길이 분주해 보였다. 남편 직장이 한국에 있어 딸과 함께 인사동에 자주 들른다는 일본인 오가와 씨는 “인사동에서 팔찌 같은 소품을 사기 위해 자주 온다”고 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 이라는 말처럼 인사동 전통문화의 거리에는 다국적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이곳에는 아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었다. 주부 유애정(42ㆍ양재동) 씨는 “경복궁에 왔다가 인사동 체험 프로그램이 생각나 애들을 데리고 왔다”며 “아이들과 방향제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가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있는 늦은 오후 인사동 거리에서는 낯선 음악이 들려왔다. 가까이 가보니 우크라이나 출신의 거리 악사가 비올라를 연주하고 있었다. 한 여학생이 자신도 비올라를 전공한다며 연주자에게 음료수를 건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인 남성 관광객 두 명이 연주자에게 즉석에서 우크라이나 음악을 연주해 달라고 신청하자 그는 흔쾌히 유려한 곡조의 선율을 선보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인사동 전통문화의 거리에는 이처럼 다국적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고 있었다.

인사동 끝자락에서 안국역 방향으로 길을 건너면 최근 명소로 뜨고 있는 삼청동과 북촌 한옥마을이 가까워진다. 바로 올라가면 삼청동, 현대 계동사옥 옆 골목까지 올라가면 북촌 한옥마을이다.

북촌 한옥마을의 묘미는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다니며 전통의 정취를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인사동에 비하면 훨씬 작은 골목길이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의 순례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한국인들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필수 방문코스가 되어버린 것이다. 길 주변으로는 카페, 이탈리아 음식점, 기념품점 등이 자연스럽게 생겨나 구석구석에 자리 잡았다.

한옥 처마 끝 사이로 서울 시내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북촌의 ‘포토존’ 가회동 골목길에 들어서자 누군가 “뷰티풀”을 외쳤다. 스위스에서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다는 산드라(22) 씨는 연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한옥의 미를 칭찬했다.

울산에서 서울 여행을 왔다가 이곳에 들렀다는 김정명(49ㆍ여) 씨는 “꾸며놓은 민속촌과 달리 실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그런지 조심스럽지만 현실적”이라고 했다.

이처럼 북촌은 전통 공간이자 일상생활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오후 5시 반쯤 북촌전망대에 올라 한옥마을 풍경 감상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어디선가 ‘달그락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기밥솥의 등장으로 사라져버린 밥짓는 소리다.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니 트럭 채소장수 아저씨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주차장 안에서 ‘지지직’ 소리가 나는 라디오를 틀어놓은 채 자동차 수리를 하고 있는 주민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관광객들은 이렇게 일상과 관광의 접점 속에 있는 북촌의 모습에 매료된 것 같았다.

대학생 손성희(25) 씨는 “창덕궁에 왔다가 길을 잃어 우연히 북촌 한옥마을로 오게 됐다”며 “생각지도 못한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져 길을 잃은 게 오히려 행운인 것 같다”고 했다.

여기서 인사동과 북촌 여행 팁 하나. 곳곳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안내지도를 구하면 여행이 훨씬 흥미로워진다. 지도를 못 구했더라도 빨간 옷을 입은 관광안내원들에게 물어보면 친절한 설명과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김수한 기자ㆍ김하은 인턴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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