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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진격의 대기업…소품 · 보세숍 지고 팝업스토어 뜨고
화려한 가로수길 이면엔…
최첨단을 뽐내는 가로수길이지만, 이곳도 한때는 호젓한 뒷길이던 때가 있었다. 대기업들의 상술이 빼곡한 이곳도 한때는 새로운 멋을 추구하던 ‘패션 밸리’였다.

아기자기한 소품가게나 카페,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하던 상점들은 대기업이 끌어올린 높은 임대료에, 막대한 조직을 동원한 마케팅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소품가게, 보세의류점은 대기업들의 팝업스토어에 밀려났다. 개성 넘치던 카페들도 스타벅스, 커피빈과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 자리를 내줬다. 그나마 바로 옆 세로수길로 자리를 옮긴 곳도 있지만, 주류는 아니다.

4년째 세로수길에서 소품가게를 운영 중인 강태중(34) 씨는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 비슷한 상점들이 많았는데 메인 가로수길의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하나 둘씩 가게들이 사라졌다”며 “아직 20ㆍ30대 단골 여성고객들이 자주 찾긴 하지만 손님이 줄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활로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손수 만든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김미숙(53) 씨도 가로수길의 변화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씨는 “가로수길의 명성에 처음 찾은 손님들도 대형 중저가 브랜드로 넘쳐나는 분위기 탓에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대기업들의 진격이 가로수길의 몰개성화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식당 주인도 “사업을 준비하던 2년 전과 비교해도 그 사이 건물주들이 대형매장을 입점시키려 해 작은 매장들이 많이 쫓겨났다”며 “가로수길이란 이름이 가지는 매력과 역세권이라는 장점에 사업을 시작했지만, 신규사업자들 사이에선 ‘이제 재미보긴 글렀다’는 얘기가 정설로 통한다”고 했다.

가로수길의 변화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건 상인뿐만이 아니다. 대학생 주현이(24) 씨는 “트렌디함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가로수길에 거품이 너무 끼었다”고 쓴소리를 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과거를 향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화랑들을 비롯해 자그마한 웨딩숍, 부티크들이 자리 잡은 90년대 낭만의 거리를 그리는 것이다.

신사동 주민 송모(63) 씨는 “지금이야 10ㆍ20대들이 찾는 거리라지만 90년대만 해도 화랑을 비롯해 작고 예쁜 가게들이 많은, 조용하고 운치있는 거리였다”며 “화랑 작품을 구경하기도 하고, 가을이 되면 조용한 거리에서 낙엽 밟으며 걸었던 때가 그립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주말 극심한 주차난도 가로수길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가로수길 차도는 왕복 2차선. 가로수길에서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운전자는 옆골목 세로수길로 핸들을 돌린다. 4만원 과태료를 감수하며 불법주차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강남구는 당초 올해 2월 완공을 목표로 가로수길에 각종 문화공간이 갖춰진 주차장 건립 계획을 밝혔지만,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커피전문점을 운영 중인 김보완(43) 씨는 “불법 주ㆍ정차를 막기 위해선 쇼윈도를 통해 항상 밖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백웅기 기자ㆍ홍석호 인턴기자/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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